8편. 도른밤
무명의 도라이 가수가 제멋대로 갑자기 하는 라이브 방송, 도른밤.
나는 노래할 곳이 절실할 때 도른밤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관객이 공연의 의미를 만들어주는 것처럼 도른밤의 의미도 시청자들에게 있는데, 도른밤의 애청자로는 괜찮아마을 주민 김 씨, 조 씨, 정체를 알 수 없는 2기 공유계정이 있고, 가끔 최 씨, 백 씨, 장 씨나 또 다른 김 씨가 찾아줄 때도 있다. 그들과 안부를 묻고 주접을 떨며 노래를 부르다 보면 1시간이 뭐야 2시간도 금방 지나간다. 자꾸 아쉬워서 4시간을 내리 방송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사실.. 도른밤의 시청자들 중 대다수와 나는 화면 밖에서 함께 보낸 시간이 거의 없어 서로를 잘 모르는데, 그래도 그들은 늘 자신이 부또황의 찐팬임을 주장하며 나의 음악을 좋아해 준다. 이렇게 항상 선이나 긋는 나를.. 응원해줘서 고맙다..
늘 응원해주는 곳과는 다르게 갈 때마다 혼나는 병원도 있는데, 아니 병원에 갈 때마다 혼이 나는데, 그건 언제 생겼는지 모를 병원 가기를 미루는 습관 때문이다. 도저히 사무실에 앉아 있기 힘든 지경이 되어서야 병원에 가서는 ‘한 번에 제대로 치료를 받아야지 이렇게 가끔 오면 안 된다.’며 야단을 맞는다. ‘그러다 진짜 죽을 수도 있어요.’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이번 달에도 (또)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맡아 적응하랴 집 구하랴 신경을 많이 썼더니 몸에 이상이 생겼고, 이놈의 몸뚱이 정말 정직하구먼, 결국 병원에 갔다. 혼날 각오(?)를 하고 조금 떨고 있었는데, 무심하게 침을 놓던 선생님이 말했다.
일화 씨는 계속 참는 성격이에요.
근데 차라리 남을 좀 상처입히더라도 밖으로 쏟아내세요. 하하.
꼭 밖으로 분출을 하세요. 건강하게!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바늘이 꽂혀있는데도 워메, 예상치 못한 따뜻한 말투에 눈물이 주르륵 나왔고 나도 당황하고 눈물방울도 당황했다. 나는 항상 내 이야기가 듣는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 같아서 어쩌다 못 참고 얘기를 하고도 괜히 얘기했다며 힘들어하는데, 선생님 눈에 그게 보였을까?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박장꾸 씨도 ‘일화는 힘든 게 100만큼 있으면 20-30 만큼만 얘기하는 것 같다.’ 그랬는데. 내 이야기..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르는 건가..?
그러나 이런 코로나 시대에, 게다가 독거노인인 내가! 퇴근 후에 누구와 대화를 나누며 쌓인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단 말인가. 산책을 나가고 싶어도 내가 무슨 깡으로 야밤에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 피우는 건물 현관을 지나 유유자적 산책을 나갈 수 있단 말인가. 그나마 회사에서 가끔 던지는 농담들이 내 하루 대화의 전부였는데, 유튜브 일을 시작하면서 강제 묵언 수행 생활이 시작됐고 나의 분출은 더욱 어려워졌다.
그래서 나는 노래를 불렀다. 아니 부르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 집(5호)에서는 3호, 6호와 위층 주인집의 소리가 너무 잘 들렸고, 분명 그들에게도 내 목소리가 아주 잘 들릴 거라는 생각에 노래를 부르고 싶어도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또 참다가.. 라이브 방송 버튼을 눌렀다.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노래를 부르다 보면 정신이 없어졌고, 그러다 보면 내 방이 방음이 되지 않는 곳임을 잠시 잊고 계속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찐팬: 이 가수 노래 불러주세요.
나: 저 그 가수 노래 몰라요.
찐팬: 그럼 저 가수 불러주세요.
나: 미안 저 그 가수 노래도 잘 몰라요... 아 이건 안다! I believe!
찐팬: 견우야~~
나: 견우야~~ 미안해~~!
이런 썰렁한 주접을 떨며 노래를 부르다 보면..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 시원해졌다. 다른 모~~~~~~~~~~~~~~~~~~~~~~~~~~~~~~~~~~~~~~~~~~~~~~~~~~~~~~~~~~~~~~~~~~~~~~~~~~~~~~~~~~~~~~~~~~~~~~~~~~~~~~~~~~~~~~~~~~~~~~~~~~~~든 것들에 불구하고 도른밤이 있어서, 다행이다.
무명의 도라이 가수가 제멋대로 갑자기 하는 라이브 방송, 도른밤.
나는 노래할 곳이 절실할 때 도른밤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 <여기 사람 있어요>가 더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