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스토리가 필요하다.
지난 몇 년간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면접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진 지원자를 유심히 보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착각하지 마라. 취업 스터디에서 학습한 내용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부자연스러움에 비해 비교적 신선하다는 것이지 그것이 곧 합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베테랑이라고 해도 누구에게나 면접은 살 떨리는 시간이다. 짧은 시간에 나라는 사람을 최대한 어필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게임의 룰을 면접관이 가진 상황에서 나에게 유리한 경기를 펼친다는 것이 웬만한 내공과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떤 종류의 면접이든 사전에 준비된 자신만의 스토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괜히 헛웃음을 유발하는 뜬구름 잡기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이 면접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절실하게 준비했는지를 보여주는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하다.
하지만 치열한 땀과 노력의 결과물이 면접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리스크도 분명 존재한다. 면접관의 주관이 상당 부분 개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커페이스를 가진 사람이나 혹은 운이 좋은 사람이 합격의 면류관을 쓰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로 이어질 때도 있다. 나중에 잘못 뽑았다며 후회해도 수습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인사가 만사라고 했던가...
면접시험은 지원자수에 따라서 오전에 시작해 오후까지 계속된다. 이렇게 하루 종일 면접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면접관 스스로도 집중력과 변별력을 잃게 된다. 비슷한 정장과 헤어스타일, 가지런한 말투, 그리고 뽑아주면 열심히 하겠다는 말도, 자신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준비했다는 말도 전혀 감동스럽지 않다.
그럴 때 문득 자신만의 인생 이야기가 담긴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거나, 왠지 모를 아우라가 느껴지는 지원자를 만나기라도 하면 졸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금세 호기심이 발동하게 된다.
'신이 숨겨놓은 직장'이라고 불리는 주한미군. 신이 왜 이 직장을 숨겨 놓았는지 알고 싶다면 철저한 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
1. 먼저 나에게 맞는 직종을 선택하라.
주한미군에는 한국인을 위한 직업이 약 200여 가지가 있다.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현실적으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할 때 경쟁력이 있다. '잘할 수 있다'라는 의미의 기준은 간단하다. 우선은 본인이 선택한 분야와 관련된 학력과 경력, 그리고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중에서 한 가지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계획을 세워 보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2. 지원하려는 부서에 대해 미리 공부하라.
요즘은 인터넷에 모든 정보가 담겨있다. 미군기지 역시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상당수의 정보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다. 해당 부대의 홈페이지, SNS 등을 통해 사령관의 이름, 부대의 비전이나 모토, 기타 관련 규정을 사전에 철저하게 공부하면 면접 시 도움이 될 것이다.
3. 다양한 '상황면접(Behavioral Interview)'에 대비하라.
최근 인터뷰 추세를 보면 단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기보다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지원자의 능력을 검증하고 있다. 통역관 면접의 경우에는 동시통역 수준을 요구한다. 예를 들면 통. 번역 시험은 기본이고 약 1분 정도 되는 영어 음성파일을 들려준 뒤 다시 영어로 요약해서 적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다른 부서도 상황은 비슷한다. 집단으로 영어 토론을 해서 적임자를 찾기도 하고, A4 용지 2페이지 분량의 에세이를 적도록 할 때도 있다.
특히 상황면접은 어렵다. 복잡한 상황이 담긴 질문을 통해 지원자의 영어실력은 물론이고 상황 대처 능력도 체크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하나의 좋은 예가 될 것이다. "Talk about a conflict within your healthcare team. What was the conflict and how did you handle it?"
먼저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예상 질문지 3부를 만든다. 1부는 집에, 또 1부는 사무실이나 본인의 가방에, 나머지는 자동차에 보관하고 시간이 되는 대로 꺼내어 읽고 외우고 숙달해야 한다. 요즘은 스피커폰을 통해 전화 인터뷰를 많이 진행하고 있는 추세이므로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연습하지 않았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4.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준비해라.
주한미군에서는 면접 시 포트폴리오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엔지니어와 같이 시각적 자료를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된다면 제출하는 것도 결코 나쁘지는 않다.
5. 인터뷰 전과 후에도 절대 긴장을 놓지 마라.
부대에 들어오기 전부터 나갈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인터뷰로 생각해야 한다. 자칫 자세를 흩뜨려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언제 결과를 알려줄 것인가를 묻는 것은 되도록 하지 않는 편이 좋다. 괜히 급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간혹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인가?" 하는 질문에 혼자 슬픔에 빠져 눈물을 흘리는 지원자도 있었다. 눈물을 닦으라며 건네는 티슈를 받을지는 몰라도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주한미군 면접은 최고를 뽑는 것이 아니라 최적의 사람을 뽑는 쪽에 더 가깝다. 그만큼 팀플레이와 룰을 존중하는 사람이 선택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진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는 사람이 결국 승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