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글은 그렇게 유쾌한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사명감에 글을 적어 보기로 했다.
2001년 공무원을 사직하고 강원도 춘천에 있는 주한 미 육군 캠프페이지 (Camp PAGE) 소방서로 자리를 옮겼다. 그 당시 부서별로 돌면서 인사를 드렸는데 그때 자주 받았던 질문이 바로 "얼마 주고 들어왔어요?"란 말이었다.
나: (내심 황당해하며) "돈을 내야 하나요? 저는 그냥 시험 보고 들어왔는데요."
그 사람: (더 황당해하며) "그래요? 그럼 부대 안에 아는 사람 있어요?"
나: "아니요. 없습니다."
그 사람: "흠... 이상하네. 보통 용산처럼 큰 부대는 2000만 원이고, 춘천처럼 작은 부대는 1000만 원을 내야 들어올 수 있는데..."
나: "아... 네. 그렇군요. 그럼 수고하세요."
직업을 구하는 것은 인생을 구하는 것과 같다. 직업이 있어야 먹고살 수 있고 먹고살아야 꿈이란 것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어붙은 고용시장, 바늘구멍과도 같은 높은 경쟁률은 취업 준비생들의 마음을 한층 무겁게 만든다. 이런 마음을 이용해 취업 준비생을 한번 더 울리는 취업사기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비친 한국사회는 부정과 편법이 버젓이 판치고 있었다. 대기업, 조선소, 현대. 기아 등 자동차 생산직,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공공기관, 강원랜드, 구청, 군청, 환경미화원, 심지어는 공공근로까지 돈이 되는 일이라면 공정한 경쟁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취업사기, 내가 지켜보고 있다.
주한미군도 이런 현상에서 결코 예외는 아니다. 전. 현직 주한미군 직원, 부대의 생리를 잘 아는 브로커들이 주한미군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주한미군 취업을 명목으로 사기를 치다가 구속된 사례만 해도 이미 수십 차례... 특히 2015년 인천일보에 게재된 취업사기는 그 내용의 치밀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전직 주한미군 직원 강 모 씨는 6년 동안 27명을 속여 상습 사기로 구속되었다. 그가 사용했던 방법들이 주한미군 취업사기의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다. 몇 가지 전형적인 형태들을 나열해보면,
- 자신이 부서 책임자라며 은근히 부대 내 영향력을 과시한다.
- 미 군무원이라고 신분을 속여 한국계 미국인 행세를 한다. 참고로,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은 미 군무원이 아니다.
- 동료 미군을 시켜 전화로 모의면접을 진행해 취업 준비생의 믿음을 산다.
- 부대 내 견학을 시켜주며 환심을 산다.
- 인사처 명의의 허위 발령장을 만들어 준다. (보통 이 단계가 되면 이미 거래는 이루어졌다고 봐야 한다.)
- 취업이 지연돼 취업 준비생으로부터 전화를 받으면 방위비분담금 문제 등으로 지연된다는 그럴싸한 핑계를 댄다.
- 정년이 68세라고 속인다. 정확하게는 정년 60세, 연장근무 승인 시 8년 더 근무가 가능하다.
- 이렇게 좋은 직업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관련 부서에 힘을 써 주는 대가로 은밀하게 돈을 요구한다.
주한미군 취업을 목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며 100퍼센트 사기다.
취업사기는 비단 취업 준비생들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 부대 내에서 근무하는 다수의 임시직 직원들에게도 접근해 정규직으로 전환을 해 주겠다며 일종의 청탁비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심한 경우는 집주인인 주한미군 직원이 돈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는 주한미군 취업을 희망하는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의 일부를 청탁비로 달라고 요구한 사례까지도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자신만의 전문성으로 승부하라.
주한미군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돈이나 인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직 전문성만 있으면 된다. 전문성의 기준은 관련 분야의 학력. 경력.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이를 잘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실력이면 된다.
이런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당 시간의 노력이 필요한데 이는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혹시라도 주한미군 취업을 대가로 금품이나 사례금을 요구받는다면 100퍼센트 취업사기라고 생각하고 이에 응하지 않기를 강력히 권고한다. 결국 선택은 본인의 몫이지만 결코 후회할 일은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