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는 항상 여러분 곁에 없습니다

[2023 안전 책임사회]

by 이건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번호가 바로 119다. 하지만 공공재로서의 소방은 그 인력과 자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가가 국민에게 무제한적인 안전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참사를 통해서 뼈아프게 경험한 바 있다.


이미 선진국이 되어 버린 대한민국은 참으로 지켜야 할 것이 많은 나라가 되었다.


초고층 건물, 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는 인프라, 5시간 정도면 대한민국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대중교통은 우리에게 편리함과 안락함을 제공하고 있지만 동시에 한 번 재난이 발생하면 큰 혼란과 피해를 가중시키는 양날의 검이 되어 버렸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소방의 위상을 높이고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자주 외쳤던 구호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여러분 곁에는 항상 119가 있습니다."라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


갈수록 대형화되고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 재난 상황 속에서 고작 7만여 명 남짓 되는 소방관으로 5200만 명이나 되는 국민의 안전을 세세하게 챙겨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보통 화재나 구조, 구급신고가 119로 접수되면 소방관들은 생명을 살리는 골든타임인 3분에서 5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하려고 한다. 사고 현장에 일찍 도착하는 것이 소방관의 입장에서도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방차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비좁은 골목과 주차문제, 아직도 서툰 도로 위 소방차 길터주기, 사이렌 사용에 대한 민원제기 등은 소방력을 위축되게 만든다.


한편 술만 마시면 습관적으로 구급차를 부르고 119로 장난전화를 하는 것과 같이 소방력을 오남용 하는 사례도 소방 당국의 어려움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 결국 이런 무분별한 소방력 요청은 재난 대응 사각지대를 형성해 꼭 필요한 상황에서 소방력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국민 스스로가, 그리고 지역사회가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직접 대응해야 하는데 재난에 대한 예방과 대비가 부족할 경우에는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


삼성 에버랜드, 현대제철, 포스코, 울산 석유화학단지, 인천공항, 군부대 등 큰 기업이나 기관에는 관련 법률에 따라 자체소방대가 설치되어 있어 그나마 재난 초기에 대응이 가능하지만 유치원과 학교, 병원, 요양원, 산후조리원, 극장, 공연장 등 한두 명의 안전 담당자가 배치된 곳은 여전히 재난으로부터 취약한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재난으로부터 책임 있는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방은 물론이고 개인, 가족,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해서 위험요인들을 제거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억하라! 119는 항상 여러분 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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