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1층으로 주세요

[2023 안전 책임사회]

by 이건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은 빌라 1층. 사람들이 드나드는 소리가 조금 시끄럽긴 해도 여러모로 안심이 된다. 전망이니 로열층이니 하는 의미 없는 기준보다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나와 내 가족의 대피가 용이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강박이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재난사고의 참혹한 결과가 사망으로 종결되는 일이 많으므로 멋진 뷰나 로열층보다는 내가 안전하게 살 길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예전에 유럽에서는 저소득층의 사람들이 고층에 살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높이 올라갈수록 위험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술이나 공법이 발달했다고 해도 그때나 지금이나 높은 곳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위험성은 크게 해소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고층은 저층에 비해 긴 대피시간이 소요되고 만약 불이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아래층인지 아니면 위층인지에 따라 대피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소방대원들이 접근하는데도 문제가 많으며 연기나 불의 이동방향이나 통제를 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아무리 *제연설비나 방화문을 설치했다고 해도 해당 시설의 노후화, 관리나 유지보수 소홀 등으로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제연설비: 화재가 발생하였을 때 연기가 피난 경로인 복도, 계단 전실 및 사무실에 침입하는 것을 방지하고, 거주자를 유해한 연기로부터 보호하여 안전하게 피난시킴과 동시에 소화 활동을 유리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설비



혹시 현재 고층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팁을 드린다면 먼저 내 주변의 비상구 위치를 파악하고 주말을 이용해 가족들과 함께 대피하는 훈련을 해 보시길 바란다.


특히 가족 중에 노약자나 장애인이 있다면 세심한 대피전략이 필요하다.


아파트의 경우 베란다 붙박이장이 옆집과 연결되어 있는 경량 칸막이라면 작은 망치 등으로 부수고 대피하거나 전용 대피공간 이용 또는 하향식 피난구를 개방하여 사다리를 펼치고 아래층으로 피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평상시 충분한 연습이 되어 있지 않다면 오히려 사용하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아파트나 빌라에서 울리는 모든 화재경보는 실제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대피해야 하며 화재가 발생한 것을 목격했다면 옥내소화전함에 설치되어 있는 경보설비를 작동시켜 신속히 이웃에게 알려야 한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1층에 살 것이다. 간혹 외국이나 국내에 출장을 갈 때에도 1층에 머물고 싶다. "혹시 1층에 방이 있나요? 없으면 2층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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