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안전 책임사회]
나에게 놀이터는 트라우마의 공간이다. 서울에서 소방관으로 근무하면서 출동했던 놀이터는 좋은 기억보다는 온통 끔찍한 사고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그곳에는 부러지고 피 흘려 우는 아이들만 있었다.
그래서 결혼 전에는 내가 과연 아이를 안전하게 잘 키울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솔직히 어떻게 해야 재난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이 세상에서 아이가 안전할 수 있을지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30대 중반이 되고 소방관으로서 삶의 제2막을 주한미군에서 하게 되면서 그동안 나고 자랐던 서울을 벗어나 송탄이라는 작은 도시로 이사하게 되었다.
모든 것의 중심인 서울로부터 멀어졌다는 상실감과 이해할 수 없는 패배감이 몰려왔지만 금세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 오히려 내 삶에 더 많은 혜택들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오후 3시 반 퇴근, 3킬로미터 밖에 되지 않는 출근길, 그리고 서울에 비해 대단히 합리적인 집값은 평소 직장보다는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데 전념하고 싶다는 아내의 꿈을 이뤄주기에 충분했다.
소위 부동산 투기나 투자가 아닌 실제로 살아야 할 집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내가 계속 서울에서 살았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러하듯 주택 대출금을 갚기 위해 우리 부부는 선택의 여지없이 맞벌이를 해야 했을 것이고, 그 때문에 내 아이는 어린이집이나 학원에서 다른 누군가가 키워줬을 것이고, 아이의 안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 아이의 안전을 위탁해야만 했을 것이다.
물론 아이를 집안에서만 키울 수는 없다. 그래도 내 아이는 내가 스스로 지켜주고 싶었다. 연일 뉴스에서 보도되는 아이 학대사고, 안전사고를 보고 더 이상 분노하고 싶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시키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동안 내 아이들이 다치는 사고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감사하게도 부모가 더 많은 관심을 줄 수 있는 환경 덕분에 마음이 찢어질 정도의 일은 없었다.
자식이 안전했으면 하는 마음은 세상 모든 부모의 바람일 것이다. 행운처럼 찾아온 이직, 중소도시로의 이사, 가사에 전념하겠다는 아내의 선택. 이 모든 것은 지극히 나만의 개인적인 상황이지만 그래도 누군가 아이의 안전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내 사례가 조금은 참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22년 이태원 참사를 지켜보면서 과연 지금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과 시스템이 우리의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수준인지 여전히 나는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