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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Dec 05. 2023

Just another day on the job.

[소방서 다이어리]

Prologue: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가감 없이 적어 보려고 합니다. 부디 이 글로 인해 누군가 상처받지 않길 바라며 소통을 통해 내 작은 세상도 더 풍성해 지길 기도해 봅니다.


많은 소방관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 중 하나는 자신이 이 직업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소방이란 직업이 그들을 한 곳으로 불러 모은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소방관들만큼 기질이 센 사람들도 드물기 때문이다.


하긴 전쟁과도 같은 재난 현장을 누비는 그들에게 애초부터 점잖고 고상한 사람이었으면 하고 기대하는 것도 무리일지 모른다.


현장에서는 좋든 싫든 지휘관의 명령에 복종해야만 한다. 굳이 명령위반에 관한 처벌조항을 찾아보지 않더라도 지휘권을 가진 사람이나 현장을 뛰는 대원들의 마음은 오로지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므로 큰 틀에서는 이견이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소방서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상에서는 심심치 않게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지곤 한다. 상대방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기대치나 경험치가 높은 사람이 괜한 노파심에 훈수를 두다가도, 또는 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부서와 우선순위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조차 불꽃이 튈 때가 있다.


강한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자아(ego)도 강하다. 거기에 소방서라는 계급조직 자체가 이런 분위기를 한껏 부추긴다.


그나마 우리나라보다 분위기가 자유롭다는 미국 소방에서는 누구라도 지휘관의 사무실을 방문해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Open Door Policy'를 권장하고 있지만 이는 다분히 보여지는 형식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그동안 함께 근무했던 많은 미군들이 계급장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한 모습을 많이 보여왔기 때문이다.


어쩌면 미군들도 계급장 앞에서의 판단은 사치이며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 또한 자칫 항명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계급이 곧 법"인 조직에서는 양방향 소통이란 것이 어울리지 않는 말인가 보다. 그저 각자 역할에 맞게 "이래야 한다."는 마음을 숨긴 채 오늘 하루를 살아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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