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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Jan 18. 2024

근사한 계획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참가기]

복싱계의 레전드라고 불리는 마이크 타이슨(미국)은 WBA, WBC, IBF 최초 헤비급 챔피언이다. 지금은 이미 은퇴했지만 선수시절 그는 여러 명언을 남겼는데 그중에서 특히 잘 알려진 말이 하나 있다.


"Everyone has a plan 'til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얼굴에 펀치를 맞기 전까지는 (의역)"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충만한 선수에게 제대로 된 파워가 어떤 것인지를 일깨워 주겠다는 그의 짧고 단호한 협박은 무수히 많은 선수들이 그의 펀치를 맞고 다운되는 모습으로 연결되면서 더 임팩트를 주었다.


올림픽 유치가 확정되고 조직위원회가 구성되면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 협업하면서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를 준비한다. 하지만 올림픽도 결국은 돈과 인력이 있어야만 치를 수 있는 거라서 조직위원회의 근사한 계획들이 현장과 얼마나 괴리가 있는지를 실제로 올림픽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금세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작은 언제나 근사하다.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한다는 홍보가 언론을 도배하고 시민들은 기대에 찬 눈길을 보낸다. 개막식이 열리고 대회가 시작되면 그때부터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한다.


기획 단계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상황들이 발생하고 열악한 환경에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을 이탈하는 경우도 생긴다. 조직위 담당자가 과로로 쓰러져 공석이 발생하는가 하면 선수 수송차량이 부족해 현장에서 고성이 오고 갈 때도 있다.


도쿄와 베이징 올림픽 당시에는 코로나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준비했던 식단에서 노로바이러스가 발생해 3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으며, 올해도 지난 14일 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 운영인력 식당을 이용한 심판 2명이 노로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누구나 근사한 계획은 있다. 다만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유연하고 탄력 있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라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가 이번 올림픽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마이크 타이슨의 경고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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