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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Jan 23. 2024

올림픽 패밀리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참가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설렘으로 바뀐 지는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평소 사람을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뉴스를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이 무서운 세상이 되어 버렸으니 사람을 경계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자기 방어기제가 아닐까?


올림픽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한다. 선수와 지도자, 연맹 관계자는 물론이고 조직위원회 사람들, 운영인력, 그리고 자원봉사자 등이 하나로 뭉쳐 올림픽 패밀리가 된다. 첫 만남이 다소 어색할 수는 있지만 함께 손발을 맞추다 보면 금세 정이 들어버린다.


근무 첫날 도핑관리실에 배치된 8명의 자원봉사자들을 만났다. 모두 선한 얼굴에 이제 갓 스물을 넘긴 그들은 오래전 내 모습을 투영한 듯 발랄하고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


간단하게 우리가 해야 할 임무를 전달하고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각자 다른 전공을 가진 그들은 모두 대학생들로 이번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 매우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며 감사해한다.


함께 경기장 이곳저곳을 다니며 현장 점검을 마쳤다. 우리가 함께 일할 공간을 정리하고 의무실, 기록실 등도 방문해 잘 부탁한다는 인사도 나눴다.


경기장 2층을 돌아보다가 문득 올림픽 패밀리 라운지를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 보니 자원봉사자나 운영인력은 들어올 수 없다는 싸늘한 답변이 돌아온다. 아마도 높은 분들만 들어갈 수 있는 모양이다.


마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서자 출신의 홍길동처럼 우리도 올림픽 패밀리지만 진짜 패밀리는 아닌가 보다란 생각에 조금 서글퍼졌다.


일정 수준의 수당을 받는 운영인력은 그렇다 쳐도 자원봉사자를 위한 공간은 따로 마련되어야 한다. 추운 복도에 서 있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너무 많은 희생을 강요하거나 함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올림픽 패밀리 라운지의 텅 빈 공간은 여전히 우리가 한 패밀리가 아닐 수 있다는 현실의 벽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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