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05.07 Tue
어린이날 연휴 동안 나는 무기력해져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 쇼츠만 보고 있는 나 자신이 싫으면서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덕분에 내 스크린 타임은 지난주 대비 54%가 늘었다. 살면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는 것은 당연한데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 쇼츠만 보고 있는 나 자신이 왜 그렇게 싫을까.
생산 강박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부작용이다.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지 않으면 나라는 존재가 무쓸모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1인 가구는 본인의 삶을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 장보기, 식사, 청소나 빨래 같은 모든 집안일을 스스로 해야 한다. 대신해 줄 사람도 없고 의지할 사람도 없다. 혹시 이 말이 1인 가구가 2인 이상의 가구보다 힘들다는 뜻으로 느껴지지 않길 바란다(요즘은 특정 집단의 어려움에 대해 말하는 게 곧 다른 집단에 대한 공격처럼 받아들여지곤 하는 것 같다). 어떤 형태의 가구든 분명 나름의 힘듦과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아무튼 혼자 사는 사람에게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무기력은 일상을 좀먹는다. 소소했던 집안일이 무척이나 버겁게 느껴진다. 싱크대와 빨래통에는 보기 싫은 설거지거리와 빨래가 쌓이고 집안은 금세 지저분해진다.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광경에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월요일에는 '내일은 출근을 해야 하고 출근을 하면 점심에 먹을 도시락이 필요하잖아'라는 생각에 기운을 냈다. 왠지 모르게 도시락을 싸는 일만은 제쳐둘 수가 없었다. 인터넷으로 장을 본 덕분에 식사도 제대로 차려먹고 설거지와 빨래도 했다.
오늘 점심 도시락인 짜장밥은 맛있었다. 어제 기운을 내서 도시락을 준비한 덕분에 오늘 약간의 즐거움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무기력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애써서 무기력을 벗어던지려고 노력하지 않고 그저 아주 천천히 일상생활을 살아내고 있다. 그러다 보면 무기력은 가고 활기가 찾아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