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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rmal B May 09. 2024

부모가 될 자격

Date. 05.08 Wed

연휴를 포함해 며칠 내내 내리던 비가 그치고 화창한 날씨가 찾아왔다. 기분 좋은 날씨와 함께한 점심도 맛있었다(알배추쌈밥과 하트맛살전은 처음 도전한 메뉴였는데 성공적이었다!). 특히 '하트맛살전'은 맛도 좋고 보기도 좋아서 자주 해 먹을 것 같다.


24년 05월 08일의 도시락 / 알배추쌈밥, 하트맛살전, 대파구이


오후에도 화창한 날씨를 느끼고 싶어 잠깐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회사 건물 앞에서 엄마에게 혼나는 어린아이를 보았다. 겉보기에 아이는 초등학교 2-3학년쯤 된 것 같았다. 그 나이대 아이들이 엄마에게 혼나는 건 심심치 않은 일이다. 간혹 길을 걷다가 혹은 마트에서 엄마에게 혼나는 아이들을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엄마가 아이에게 한 말이 내 귀를 때려 멈칫하게 만들었다. 나를 멈칫하게 한 말은 "그렇게 네 맘대로 할 거면 나가서 혼자 살라고 했지"였다. 그 말을 듣고 있는 아이는 엄마의 눈을 피한 채로 자신의 티셔츠 앞자락을 두 손으로 꼭 잡고 어쩔 줄 몰라하며 열없이 서 있었다. 아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내가 알 길은 없으나 사람들이 수시로 지나다니는 회사 건물 앞에서 "나가서 혼자 살라"는 말을 들으면서 그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아동심리학에 대해 아는 게 없다시피 하지만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부모와 절연한 나의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면 그 상황은 엄청난 폭력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우선 오픈된 장소에서 혼나고 있으니 창피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로부터 오는 의식주가 영속적이지 않고 말썽 부리지 않아야 얻을 수 있는 조건부라는 생각에 불안해졌을 것이다. 내 상상력을 차치하고서라도 아직 독자적인 생활능력이 없고 부모의 보호가 필요한 어린아이에게 "나가서 혼자 살라"라고 말하는 건 의무를 권력화한 부모가 휘두르는 무기라는 생각이 든다. 미성년인 자녀에게 의식주를 제공하는 것은 자녀를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게 하는 권력의 수단 아니라 의무이다.


'좋은 부모'가 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는 경험해 보지 않아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부모로서 신경 써야 할 수많은 것들을 생각하면 어린아이 눈높이에 맞춰 교육하는 일보다 윽박질러 못하게 하는 게 쉬운 길일 것이다. 부모가 되는 데 필요한 자격(일정한 신분이나 지위)은 없지만 어려운 길도 가기 위해서 필요한 능력(일을 감당해 낼 수 있는 힘)은 있는 것 같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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