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 캐나다에서 다시 시작
내 인생은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퇴사를 하지 말고 그냥 다녔어야 했나? 아냐, 그 회사로 이직하지 말았어야 했나 봐. 아무래도 전공을 잘못 선택한 것 같아. 고등학교 때 이과를 갔어야 했는데. 중학교 때부터 공부 좀 열심히 할걸. 나이가 들수록 인생에 대한 질문은 점점 많아지는데 어디서도 답을 찾지 못해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았던 나날들을 뒤로하고 캐나다로 왔다.
연나이 서른네 살, 만 나이 서른셋. 사람들은 적지 않은 나이에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이를 가는 이유를 궁금해한다. "굳이 왜?" 혹은 "너무 늦은 나이 아니야?"라며 걱정을 보태기도 한다. 내가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이를 온 이유를 딱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한국에서는 온 사회가 ‘인생에는 정답이 있다’고 외치는 것 같았고 내 답은 항상 오답인 것 같아 불안했다.
우리는 종종 “인생에 정답은 없어”라고 말하지만, 말하는 것과 믿는 것은 다르다. 평생을 파트타임으로만 일해도 괜찮을까? 그래서 노후 준비가 안 되는 것은? 이런 건 뭔가 잘못된 것 같지 않은가? 불안하지 않은가?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생산성을 측정하는 시계 안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인간에게는 '시장 논리와 그 완고한 시계 바깥에서 살아 있고 작동하는 인간의 가치가 필요하다(「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 사라 핸드렌).'
생각해 보면 한국은 경험이라는 컨셉이 부족한 것 같다. 어떤 일이든 성공 또는 실패 둘 중 하나로 귀결된다. 한국에서 나는 실패만 반복하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를 끈기 있게 하지 못했고, 직장인이 되어서는 회사를 버티지 못했다. 그밖에 다이어트, 운동, 블로그 등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끝낸 일이 부지기수다. 다른 국가의 삶의 방식, 문화, 언어, 여행 등 타국에 대한 이해와 경험의 폭을 넓일 수 있는 프로그램인 워킹 홀리데이도 성공과 실패로 재단된다. 유튜브만 봐도 '실패하는 워홀', '성공하는 워홀', '워홀 실패썰' 등의 제목으로 성공과 실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도대체 성공한 워홀과 실패한 워홀은 어떤 걸까? 영주권을 얻으면 성공이고, 조기귀국은 무조건 실패인가?
솔직히 나도 조기귀국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아니, 나의 워킹 홀리데이가 '실패'로 재단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워킹 홀리데이의 시작부터 끝까지의 경험을 남겨 보고자 한다. 나의 워킹 홀리데이는 성공과 실패로 재단될 수 없는 경험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