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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Sep 03. 2023

혐오가 법이 될 때

 세계은행, 우간다 반동성애법 제정에 반대하며 신규 대출 심사 중단

나이지리아는 2014년 동성결혼금지법(Same Sex Marriage (Prohibition) Act)을 시행했다. 해당 법에서는 동성의 결혼과 시민결합뿐 아니라 이들의 예식을 돕거나 참석하는 것까지 처벌가능하며, 결혼 당사자의 경우 14년형, 그 외 이를 돕거나 참석한 사람인 경우 10년형까지 구형이 가능하다. 지난 화요일, 나이지리아 경찰은 델타 주에서 열린 동성 결혼식에 참석한 67명을 체포하고, 아무런 사생활 보호 조치 없이 체포된 사람들을 언론과 대중에 내보였다. 델타 주 경찰청은 심지어 이 과정을 경찰 계정을 통해 페이스북으로 스트리밍 했고, 체포된 사람들은 체포 결과를 발표하는 경찰 뒤에 쭈그려 앉아 기자들의 촬영과 인터뷰에 노출됐다.

체포된 사람들 앞에서 체포 결과를 발표하는 델타 주 경찰. 경찰 라이브 스트리밍에는 모자이크가 없다. (Photo: TVC via Reuters)

한편, 올해 반동성애법을 시행한 우간다에서도 얼마 전 두 남성이 "악질적 동성애(aggravated homosexuality)" 혐의로 체포되어 최대 사형에 처해질 위기에 처했다. 우간다에서 동성애는 이전에도 불법이었지만, 이번에 통과된 반동성애법은 그 처벌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특히 동성 성행위 중 가족, 아동, 장애인, 노인, HIV감염인과 연관된 것을 "악질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최대 사형을 구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체포된 두 남성 중 한 명은 장애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명백한 성소수자 그리고 장애인 혐오다.


우간다에서 반동성애법이 통과된 이후, 교회를 중심으로 동성애 혐오 발언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고, 사생활까지도 범죄화된 우간다의 성소수자들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미 우간다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번 새 법이 통과된 이후 처벌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커졌다. 


우간다의 LBQ지원 단체인 Rella Women's Foundation의 설립자인 조안 아멕(Joan Amek)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법률)는 우리를 비인간화하고, 시민으로 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말 그대로 범죄자고, 우리가 집이라고 부르는 공간에서조차 불법인 존재예요. 우간다에 사는 퀴어에게 안전한 곳은 없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https://edition.cnn.com/2023/06/29/africa/uganda-life-for-lgbt-community-intl-cmd/index.html

우간다에 사는 트랜스젠더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리뷰: https://brunch.co.kr/@theafricanist/31

Rella Women's Foundation 홈페이지


이 법이 시행된 이후 우간다 출신 법학자와 활동가들은 헌법재판소에 법률심판을 제청했고(2014년 비슷한 법이 절차상 문제로 헌법재판소에서 무효화된 적이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세계은행 등은 이 법의 시행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우간다에 대한 원조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간다의 반동성애법 시행은 보편적 인권에 대한 끔찍한 위반"이라고 말했음에도 우간다에 대한 2천만 달러 규모의 안보 지원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민주당 베카 발린트를 포함한 여러 의원들이 우간다에 대한 지원 중단과 내년도 예산에서의 우간다 안보 지원 예산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원조를 끊는 것이 가장 좋은 접근은 아닐 수도 있다. 지난 6월, 유럽의회의 논의에 참석한 우간다 출신의 LGBTQ+활동가 프랑크 무기샤(Frank Mugisha)는 국제 파트너들이 우간다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관계를 지속해서는 안되지만, 원조중단을 포함한 전면적인 제재는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우간다의 LGBTQ+ 사람들이 이 제재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사회적 보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https://www.openlynews.com/i/?id=ed4d4a93-375b-4cf7-b1a1-1e34130a1ea0


무기샤의 말처럼 유럽연합이 우간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우간다 정부의 방향을 바꾸기보다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아프리카의 안정을 원하는 유럽연합 입장에서는 지역 내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소말리아 평화유지군 등 지역 군사 작전에 참여하고 있는 우간다와의 파트너십이 약해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다.


한편, 주요 개발협력 및 개발금융 기관 중 먼저 행동에 나선 세계은행은 지난 8월 8일 성명을 통해 해당 법이 세계은행의 "포용과 비차별"원칙에 반한다며 우간다에 대한 신규 대출 검토를 중단하고, 조사팀을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우간다의 무세베니 대통령은 "세계은행과 다른 행위자들이 돈으로 우리의 신앙과 문화, 원칙과 자주를 버리도록 감히 강요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만약 우간다가 돈을 빌려야 한다면 다른 곳에서 빌리면 되고, 2025년부터 생산될 예정인 석유 생산 또한 정부 수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동성애법을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세계은행의 성명서. 출처: 세계은행


우간다와 나이지리아에서는 국가가 특정 종교를 극단적으로 해석해 법을 만들고, 사회에 혐오와 폭력을 조장하며 특정한 사람들을 절멸시키려고 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극우파가 득세하고 혐오에 기반한 법과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는 지금, 우간다에서 제노사이드가 일어나지 않도록 우간다 밖의 사람들은, 국제개발협력 행위자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단체나, 외교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우간다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특별히 언급한 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안에 대해선 오히려 NGO가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상징적인 성명 발표와 같은 움직임조차 없는 것아 아쉽다. 한편 정부 기관인 KOICA는 세계은행의 신규 대출 중단 발표 전인 7월까지는 우간다에 대한 신규 ODA사업 발굴 일정도 그대로 추진한 것으로 보이는데, 2018년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상생의 개발협력"을 위해 인권경영을 선언한 KOICA에서 우간다 정부의 반인권적 행보에 대해 어떤 논의를 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 


지난 7월 올라온 2025년 우간다 신규사업 형성조사 관련 공고. 출처: KO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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