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The Pearl of Africa (2016)
다큐멘터리 "The Pearl of Africa"는 우간다 출신의 트랜스젠더 여성 클레오파트라 캄부구(Cleopatra Kambugu, 보통 클레오라 불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넷플릭스를 통해 봤는데, 한글자막이 안되는 걸 보니 한국에서는 아직 서비스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예고편: https://youtu.be/RyXf_hbv3OY)
스웨덴 출신 감독 Jonny von Wallström은 2012년부터 클레오와 그의 파트너 넬슨 카사이자(Nelson Kasaija)의 삶을 기록했는데, 그동안 두 사람은 정말 많은 일을 겪는다. 한동안 두 사람은 여느 연인처럼 살며 사랑했다. 하지만, 2014년 우간다에서 반동성애법(Anti-Homosexuality Act)이 통과된 직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반동성애법이 통과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클레오는 Red Pepper라는 우간다의 유명 타블로이드지의 1면에 얼굴과 함께 아웃팅 당하며 직장을 잃었고, 가족들과도 멀어졌다. 이 시기 우간다의 많은 LGBTI들은 군중들에게 폭행당하거나, 숨은 채 굶주리거나, 에이즈 치료약을 제때 투약받지 못하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아웃팅 이후 한 달 반 정도를 칩거하던 클레오는 케냐 나이로비에 직장을 구해 사랑하는 이들을 뒤로한 채 우간다를 떠났다. 이 다큐멘터리는 원래 웹 시리즈 형식으로 공개되어왔는데, 그 과정에서 클레오의 성전환 수술을 위한 기금 모금도 이뤄졌다. 약 1만 4천만 달러가 모여서 2015년 5월, 클레오는 태국에서 여성화 성전환 수술을 받는다. The Pearl of Africa에는 우간다에서의 삶과 태국에서의 수술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인 "아프리카의 진주"(The Pearl of Africa)는 우간다의 별명인데, 1907년 우간다를 방문하고 그 아름다움에 감동한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 붙였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클레오는 우간다를 이렇게 표현했다.
a country blessed with diversity in ethnicity, gender, flora and fauna. Yet in all this richness, as a people and as a nation, we still struggle to recognize and appreciate this diversity.
민족, 젠더, 식물, 동물의 다양성이 축복받은 나라예요. 하지만 이러한 풍요로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이 다양성을 인식하고 인정하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어요.
다큐멘터리는 우간다에서의 LGBTI문제라는 사회적 맥락보다는 클레오 그 자신, 그리고 클레오와 넬슨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다큐멘터리에 담긴 그들의 삶과 사랑을 지켜보고 있으니 트랜스젠더도 그냥 우리 중의 한 명이라는 것이 저절로 느껴졌다. 이 커플은 아주 알콩달콩한데, 적극적인 클레오와 약간은 쑥스러워하는 넬슨의 모습이 귀여웠다. 넬슨은 내내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트랜스젠더 여성과 교제하고, 그와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클레오도 그의 존재가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지금 두 사람은 케냐 나이로비에서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다큐멘터리에서도 약간 나오지만, 클레오의 삶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어려웠을 것이다. PEW연구센터의 2013년 조사에서 "사회가 동성애를 인정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우간다 응답자 96%가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동성애는 식민지 시대부터 늘 불법이었다. 거기에 2014년에 반동성애법이 통과되면서 동성애 행위에 대한 처벌은 더 강해졌고, 동성애를 옹호하는 활동도 불법으로 규정되었다. 반동성애법은 성소수자들에게 법적인 위협을 가한 동시에 동성애 혐오자들의 폭력행위를 부추겼다. 그렇게 우간다에서 성소수자로 사는 게 점점 더 위험해졌고, 2014년에서 2016년 사이에만 약 1,800여 명의 성소수자들이 Friends Ugandan Safe Transport Fund라는 단체의 도움을 받아 우간다를 탈출했다.
이는 우간다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프리카의 38개국에서 동성애가 불법이고,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LGBTI를 위한 법적 권리가 축소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아프리카 LGBTI들의 삶은 그 자체로 국가와 사회의 혐오에 정면으로 맞서는 투쟁이다.
인류를 갈라온 인위적인 구분이 얼마나 중요하지 않은지에 대해서 알았으면 좋겠어요. 젠더는 그냥 다른 거예요. 저는 주어진 이름표에 따라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클레오파트라 캄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