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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ㄹim Apr 01. 2020

 좋았을 텐데 。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어렵게 주문 성공한, 초록색 롱 원피스를 입고 출근한 날 아침.


콧노래를 흥얼이며 휴게실에서 커피를 내리는데


말재간으로 사람 약 올리는데 선수인 동갑내기 후배도 마침 커피를 마시러 들어왔더랬다.



가벼운 목례를 나눈 후 커피를


호로록 마시는데, 문득 그가 말했다.





"선배. 오늘 뭔가..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공주 같은데요!"


- 공주 ?? 뭐래 





퉁명하게 답했지만,


장난꾸러기 후배의 뜻밖의 말에, 카페인 섭취에도 무반응이던 심장이


콩. 소리를 내며 미묘한 파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거짓말 아니구.. 오늘 선배. 진짜 공주 같아요!"






평소답지 않은 녀석의 진지한 눈빛과 차분한 말투라니..


 에서 콩콩콩. 가속도를 내며 드리블을 시작한 심장 덕에


딸꾹질이   같았지만 부단히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말했다,




"민망하다야. 그만해~"




아. 여기서 멈췄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수고~! 하고 쿨하게 휴게실을 나섰으면  좋았을 텐데.


아. 그러면 참 아름다운 아침으로 기억되었을 텐데...



커피 향을 킁킁이며 빙그레 미소 짓는 녀석의 모습에 묘한 호기심이 동하여 그만,


추가 질문을 해버리고야 말았다,




"근데.. 뭐 어디.. 만화에 나오는?"





아뿔싸 만화가 뭐람! 셀프 질타를 퍼부으며 내적 도리질을 하고 있던 찰나,



'놈' 이 답했다.





"피오나 피오나 공주!"





눈은 웃고 있는데 입은 마하의 속도로 일그러지는.


뭐랄까. 표정이 감정을 따라잡지 못하는, 일종의 안면 버퍼링에 걸린 나의 존재를 앞에 두고


놈은 특유의 한대 쿡 쥐어박아주고픈 얄궂은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마법에 걸리기 전 말구, 걸린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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