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과자가 되어라 4
일본 전통 의상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치마 폭이 좁고 단정한 기모노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헤이안 시대 궁정 여인들이 입었던 **쥬니히토에(十二単)**는 그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얇고 고운 옷을 겹겹이 포개어 입고, 색의 조화를 통해 계절을 담아내고, 자신의 미적 감각을 은은하게 드러내던 화려한 복식이었죠.
그 겹겹이 쌓인 미학은 세기를 건너, 의외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바로 크레이프 케이크입니다. ‘밀 크레이프(Mille Crêpe)’라는 이름 속 *밀(Mille)*은 프랑스어로 ‘천(1000)’을 뜻합니다. 그러나 이 케이크의 진짜 고향은 프랑스가 아니라, 일본입니다.
이 크레이프 케이크의 시작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가장 유력한 설은 도쿄 니시아자부의 작은 과자점 루엘 드 도리엘에서 비롯됩니다. 바삭한 밀푀유를 어려워하는 일본인 고객을 위해, 얇은 크레이프 반죽을 한 장 한 장 쌓아 ‘부드러운 일본식 밀푀유’로 만든 것이 그 시작이었죠. 하지만 그 탄생은 조용했습니다. 손에 꼽을 정도의 예약 주문으로만 간신히 판매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가능성을 한눈에 알아본 이들이 있었습니다. 일본 전역에 지점을 둔 도토루커피의 상품 개발팀이었습니다. 그들은 루엘 드 도리엘을 설득해 크레이프 케이크를 도토루 매장에서 선보일 수 있는 권리를 얻었고, ‘순수한 밀크 크림이 겹겹이 쌓인 부드러운 케이크’라는 이미지를 도토루의 브랜드와 결합해 과감하게 밀어붙였습니다.
마치 맥도날드 형제가 만든 햄버거 가게를 레이 크록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낸 것처럼, 도토루의 전략은 성공했습니다. 이제 크레이프 케이크는 일본의 어느 카페나 케이크 가게에서도 당연히 만날 수 있는, 정석 메뉴가 되었죠.
겹과 겹 사이에 또 다른 부드러움을 숨기고 있는 이 케이크 안에서, 일본인들은 여전히 화과자의 섬세한 영혼을 발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