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 가을의 정취
우리집 앞,뒤에 위치한 우장산과 봉래산의 자연에 반해 매일 오르내리락 하다보니 작년과 올해 초에 자주 다니던 남산과는 멀어졌더랬어요...
얼마전 텔레비에서 남산 하늘 숲길이 개장했다는 뉴스를 보고 한번 가야지 했습니다. 이제 우장산의 은행나무들도 노란 잎을 떨구고 기온도 내려가면서 바야흐로 겨울의 문턱! 저희 부부는 며칠전 벼르던 남산 하늘 숲길을 다녀왔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목에는 붉고 노란 빛으로 거리가 물들었습니다. 남산도서관에서 하차해서 오른편에 팻말이 붙어있어서 쉽게 찾을수 있는데요, 평소에는 그 옆의 아스팔트 길로 헉헉대면서 올라갔었는데 그 옆으로 데크길을 만들었습니다. 새로이 길을 만들었으니 평소에 보지 못하던 속살이 펼쳐집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찬란한 가을을 그냥 보내기가 아쉬운 지 끊임없이 오르내리면서 사진찍고 풍광을 감상하느라 바쁩니다. 불타오르는 단풍들과 노란 낙엽송들의 드문드문 색바랜 화려함 속에서 하루 하루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변화를 실감합니다.
메타세콰이어가 하늘 높이 솟아 있는 곳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도의 다람콧에서 보던 20, 30미터 높이의 쭉쭉 뻗은 소나무 숲이 생각날 정도로 멋진 장관이었어요. 갈색으로 곱게 물든 모습조차 위대!했습니다.
남산 전망대에서는 서울을 360도로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흐린 날씨이지만 멀리까지 볼 수 있으니 가슴이 뻥 뚫립니다. 늦가을 단풍을 서울 도심지에서 즐감합니다. 서울~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남산 정상에 올랐다가 봉수대길로 내려오는데 많은 외국인들과 연세드신 분들이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몇몇 분들에게 남산 도서관옆으로 하늘 숲길로 올라 오는 길을 알려주었지요. 무장애 길로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나들이 할수 있도록 해놓았어요.
점심은 맛집으로 유명한 남산 순두부집에서! 작년에 남산 오르는 길에 일단의 줌마분들이 유명한 맛집이라면서 찾기에 우리들도 같이 찾아준다고 다녔는데 알고보니 남산 오름이 곁에 있는 소박한 작은 가게였었지요. 시간은 두시가 넘어가고 멋진 레스토랑에 가면 눈총을 받을 듯하여 작심하고 들어갔어요.
마침 아무도 없기에 순두부와 청국장을 시키니 곧 남자 네분이 들이닥칩니다. 예약까지 하고 온 참이랍니다. 예약 안하면 자리가 없을 정도의 맛집인가봐요! 그 뒤로 학생 네명이 들어오는데 주인이 혼자서 음식하고 서빙하는 참이라 더이상 주문을 못받는다고 하던데 우린 운이 좋았어요!
요즘같은 고물가 시대에 순두부 7000원, 청국장 9000원, 더군다나 맛도 있었습니다. 반찬도 맛있고 밥도 뭔가 살짝 살짝 터지는 것이 나쁘지 않았어요. 물론 메인도 간이 잘 맞아서 잘 먹었습니다.
남산 오르미로 내려가서 충무로 가는 길에 멋진 스타벅스에 들렀습니다. 내가 구입한 셋트 메뉴를 이용하려고 하니 그 케익이 없다하여 치즈케익으로 바꾸다보니 점심값보다도 더 지출한 것 같습니다. 추석때 친구들에게 커피와 디져트 셋트를 선물하면서 처음이라 혼동해서 뒤죽박죽이 되어버렸거든요. 그러다보니 쿠폰을 3개 더 구입하게 되어 사용하자니 시내 스타벅스에서는 아주 고급지고 비싼 디져트만 파는 것 같아요. 가운데에는 손님들 앞에서 특별 커피를 조제해주는 사람도 있었고 저는 무슨 칵테일 만들어주는 사람인가 했었다는... 모르고 들어갔지만 멋진 인테리어와 비싼 커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주말입니다. 남산 하늘길 데이트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