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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 Jun 16. 2023

나는 세대차가 좋다

세대차와 입맛 

“한국은 우리에게 매우매우 중요한 나라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치즈 수출국 2위이기 때문이지요.”


미국 유제품 리셉션장에서 미국 농무부 참사관이 한 말이다. 적잖이 놀랐다. 미국 치즈를 수입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산재해 있을 텐데 한국이 2위라고 하니 누군들 안 놀랄까. 1위는 멕시코라고 한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이고 치즈와 버터를 주식처럼 먹는 곳이니 이해가 된다. 


한국은 왜 그렇게 많은 치즈를 수입할까? 언제부터 그렇게 됐고 어떤 이들이 그렇게 많이 먹을까. 몇 가지 확인했더니 답이 나왔다. 미국유제품협회의 대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인들의 맛 취향이 급격하게 바뀌었고 새로운 맛을 개발하는 창의성이 세계 최고다. 전통적인 음식을 새롭게 해석하는 소재에 치즈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떡볶이나 라면, 치킨, 심지어 떡이나 전 요리에도 치즈를 사용해 새로운 맛을 창조한다.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외식업체들도 메뉴 개발에 치즈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둘째, 코로나19도 기폭제 역할을 했다. 장기간 홈쿡 생활을 하면서 전자레인지와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해 새 요리를 만드는 붐이 일어났다. 혼술 홈술족도 급증하면서 치즈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즉, 미국 치즈 수입량이 증가한 것은 최근 4~5년 사이의 일이라고 한다. 


셋째, 한국인의 고급스런 입맛도 영향을 주고 있다. 술안주 외에도 샐러드나 파스타 같은 요리에 치즈를 많이 사용하고 단순한 간식으로도 자주 먹는다. 미국산 치즈의 품질 대비 가격경쟁력이 거기에 호응하고 있다. 

     

설득력 있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인구 수와 식습관을 고려하면 여전히 갸웃하게 된다. 치즈를 통해 ‘입맛의 고급화’를 확인하는 대목에서는 일종의 덕담형 코멘트를 듣는 듯해 멋쩍기도 했다. 


그때 동행자가 말했다. 

“나이 드신 분들은 갸웃할 수 있지만 젊은 층들은 금세 이해할걸요? 요즘 청년들은 치즈 정말 좋아해요. 치즈로 별의별걸 다해요.”


얼굴이 뜨거워지려는 순간 다음 해석이 이어졌다.

“우리가 발효 맛에 대해서는 한 예민 하잖아요.”

그렇지. 우리는 발효음식에 길든 민족이고 만사에 예민하기로 톱클래스가 아닌가.     

한국인들은 점점 건장해지고 점점 건강해지고 점점 건실해지고 있다. 나잇값이 적어질수록 점점 그렇게 되어 간다. 다음 세대, 또 다음 세대가 점점 더 나아진다면 세대차는 얼마나 바람직한가. 세대차는 진화의 필수조건이다. 


치즈와 버터는 우유의 부산물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원유 소비량은 계속 줄고 있고 치즈와 버터 소비량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맛에 대한 갈증만큼 즐거움이 증가하고, 건강에 대한 갈증만큼 정신적 여유도 증가한다면, 그것이 진짜 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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