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포 Aug 22. 2023

사람의 병

세상에서 가장 꼴같잖은 병

사람이 늙어가면서 가장 많이 걸리는 병은 무엇일까. 챗GPT에게 물었더니 다음 다섯 가지를 줄줄이 열거했다.


1위 심혈관 질환 : 심장병, 뇌졸중, 고혈압 등이 포함된다. 고령 인구에서 특히 많이 발생한다.

2위 당뇨병 : 혈당 조절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으로, 노화하면서 많이 발생한다.

3위 암 : 노화로 인한 세포 변화와 유해 물질 노출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4위 치매 : 노화로 인한 뇌 기능 저하로 기억력과 인지 능력이 감소하는 병이다.

5위 골관절염 : 노화로 인해 관절의 연골이 파괴되는 만성적인 질환이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질병을 구글에게 물었더니 1위 고혈압, 2위 당뇨병, 3위 고지혈증, 4위 뇌졸중, 5위 심장병이라고 답했다. 한국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암의 발생률 중에서는 위암이 1위였다.      

한 달여 병원 생활을 하면서 노화 적응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질병과 죽음은 늘 의외의 시기에 의외의 곳에서 허를 찌르듯 닥친다 생각하니 훈련이 무슨 소용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존경하는 몽테뉴 선생에게 묻기 위해 그의 명저 <ESSE(한국 번역명칭은 ‘수상록’)>를 찾아봤다. 몽 선생은 우리 생애의 목표가 죽음이며 살아가는 방향도 죽음이라고 명쾌하게 답했다. 그리고 늙으면서 가장 많이 걸리는 병도 알려주었다. 그것은 인색해지는 병이고 인간의 어리석음 중에서 ‘가장 꼴같잖은 병’이라고 진단했다.

 

아아, 꼴같잖은 병에 걸리면 얼마나 쪽팔릴까, 염려가 폭우처럼 쏟아졌다. 대책을 알아봤더니, 돈을 아무리 벌어도,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명의를 아무리 끼고 살아도 피할 수 없는 병이란다.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없으니 결국 그 병에 걸리면 꼴같잖게 죽게 된다…는 악담에 소름이 돋았다.

      

챗GPT는 사람들이 많이 걸리는 병을 예방하는 방법들도 (묻지도 않았는데) 줄줄 늘어놓았다. 마지막에는 마약 같은 희망론을 덧붙였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앞으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새로운 연구와 의료기술이 등장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위험의 내용이 변화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최신 정보를 계속해서 업데이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뻔하고 상투적인 결론-업데이트론-이 참으로 꼴같잖았다. 500년 전에 살았던 몽테뉴보다 못한 헛똑똑이를 전 세계가 호들갑 떨며 찬양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한번 확인했다. 세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 정보들은 비범한 것보다 평범한 것이 많고 고리타분한 이미지로 전락한 고전은 평범한 것보다 비범한 것이 많으니, 사람을 만나기보다 책을 보는 게 훨씬 유리하다. 물론 꼴같잖은 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이란 단서를 달고 말이다.

꼴같잖은 병을 예방할 수 있는 유력한 면역증강제는 책이 아닌가. 챗GPT 같은 애들은 도저히 찾아내지 못할 정보다.

작가의 이전글 병원밥을 위한 변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