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이기는 법
촉촉함을 담은 관절 영양롤, 바다를 담은 황태 소프트너겟, 쫄깃한 한우 콜라겐 껌, 장 건강도움 식이섬유 단
호박, 눈 건강 도움 안토시아닌 블루베리, 오리연골 스테이크, 직화 참숯 바비큐구이(무첨가, 무방부제)…
얼마 전 동물병원에서 본 펫푸드들의 상품 일부다. 같이 사는 고양이 중 한 녀석이 왠지 모르게 비실비실하
다며, 같이 사는 딸이 명령을 해 호송차 병원이었다. 냥께서 검진을 받는 동안 대기실에 진열된 펫푸드들을 살펴봤는데 왠지모르게 마음이 착잡해졌다.
별의별 식품들의 내용물(원재료를 말함이다)과 포장상태 등등이 너무나 고급스러워 눈이 휘둥그래진 것은 그렇다 치고, 우리 고양이들한테 못된 주인이라는 지적을 그 식품들이 하는 것 같았다. 몇 가지 더 거론하자면,
신선한 자연의 맛을 담은 수제간식(보존제·인공착색제·항산화제를 첨가하지 않은 건강식), 눈건강·기관지·
천식에 좋은 한우허파, 신선한 자연의 맛 그대로 건강한 육포(국내산 소고기 소프트 육포), 개와 고양이 피
부 보호용 닥터 덴톨, 관절 보호용 닥터 조인톨, 치아관리를 위한 프리미엄 연어스틱… 등등의 상품들.
맞춤형 기능성을 강조한 식품들, 유기농과 친환경, 저지방, 저칼로리 등을 강조하고 있었다.
뭐라도 하나 사지 않으면 안될 듯한 기분이 들었고 녀석의 병원비와 식재료비를 계산하게 되었다. 착잡함은 더 커져갔고, 입맛을 다시는 동안 어깨가 축 처졌다.
냥님의 몸은 (의사의 소견으로는) 별 이상이 없었다. 엑스레이와 CT 등의 첨단장비로 살펴봤다는데 의사는 비실비실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 다행인 듯 찜찜하고 착잡한 심경으로 귀가하면서 자가 성찰을 해봤다. 이 착잡함과 미안함의 정체는 무엇일까?
반려묘에게 미안해서일까, 사람 가족에게 미안해서일까, 시골 노모에게 미안한 것일까, 아프리카 수단의 난민들에게 미안한 것일까, 인간과 동물의 생명가치를 차별하는 나이든 사람으로서의 심리가 착잡한 것일까, 세상의 무서운 변화를 따라잡기 힘든 자책감 때문일까.
삼복더위가 시작되고 보양식을 서치하면서 갖은 상념이 스쳐지나갔다. 이만큼 건강하고 이만큼 먹을 것이 많
으며 이만큼 즐길거리가 많은데도 보양식을 또 찾게 되는 욕심이 어쩐지 무섭기도 했다. 그러자 같이 일하는 동료가 말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나만을 위해 보양식을 찾는 사람은 드물어요. 부모님을 위해서나 가까운 어른이나 선배를 위해서, 또 강아지를 위해서 관심을 갖는 이들이 훨씬 많거든요. 다 이타적인 배려가 담겨 있으니
굳이 욕심이라 생각할 게 뭐 있어요?”
가뜩이나 더운 날 생각이라도 편하게 먹지 않으면 더위 먹기 십상이라고, 시니컬한 말을 덧붙였다. 지당한 말이었다. 더위 먹지 않으려면 단순하게 먹고 단순하게 생각하며 단조롭게 살아야 한다... 말은 쉽지만 실행이 되려나.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고양이 피부에 좋은 닥터렌톨'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으니. 에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