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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는솜사탕 Sep 23. 2022

강릉에 살아보니. 아쉬운 점 세 가지


지난 글에 강릉에 살아보니 느끼는 좋은 점들에 대해 써 보았다. 오늘은 그동안 살면서 '참 이 부분은 아쉽다' 혹은 '불편하다'라고 느끼는 점들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장점은 꼽으려고 하니 애매했는데, 신기하게도 단점은 고민할 것 없이 딱 딱 떠오른다.



첫째. 부족한 의료 서비스

강릉에도 나름  큰 병원이 있다. 그리고 아직 젊으니 상급 병원 갈 일이 있을까 싶었다. 이주 전에는 그다지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불편함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살다 보니 크고 작은 일들로 병원을 갈 일이 생겼고, 그때마다 확실히 수도권에 비해서는 의료의 전반적인 질이 떨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수도권만큼 다양한 종류의 전문성을 갖춘 병원이 많지 않고, 여러 곳 중에서 선택을 할 수도 없다. 마음에 안 들더라도 그냥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특히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라서 신뢰할만한 경력과 실력을 갖춘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경우에는 강원도 내에서 해결이 어려웠다.



물론 강릉에도 좋은 의료진들이 많이 있겠지만... 인구가 훨씬 많은 서울, 수도권에 비하면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병원을 이용하면서, 수도권과 비교하면 규모나 시스템적인 부분이  차이가 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의료 서비스, 이것이 가장 처음으로 체감한 수도권과 강릉의 차이점이었다.



둘째, 물가가 높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는 지방 소도시이니 이곳에 오면 대도시에 비해 생활비가 많이 절감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관광도시이다 보니 물가가 세다.  음식점이나 카페 같은 곳의 식음료 가격이 수도권과 거의 동일하다. 심지어 관광객을 상대로 하지 않는 동네 돈가스 집도 비싸다. 마트의 장바구니 물가도 거의 차이가 없다. 지방이다 보니 일자리는 많지 않고 인건비는 낮은 수준인데, 물건의 가격은 높으니, 수도권에 비해 체감 물가는 오히려 더 높다.



그리고 강릉의 장점 중에 하나가 맛집 멋집이 많아서 갈 곳이 많은 것이다 보니,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돈 쓸 곳이 많다. 지방으로 왔다고 하여, 생활비기 확 절감되는 것은 아니었다.


일출무렵 @정동진


셋째, 인프라가 부족하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휴양도시라고 해서 모두 강릉 살이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도시가 작으니 거기가 거기고 답답하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강릉에 사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분들의 공통적인 이유도, 살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불편함도 여기서부터 오는 것 같다.


일단 쇼핑할 곳이 없다. 대형 쇼핑몰이나, 대형 아웃렛 같은 것은 없다. 그래서 옷 같은 것을 마땅히 구입할 곳이 없어서 대부분은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고, 서울에 갈 일이 있으면 사서 온다. 대도시에 살 때는 꼭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한 번씩 친구를 만나면 거리를 걸으며 이것저것 구경하기도 하고 시간을 보내고는 했는데, 이곳에는 그럴 만한 곳이 없다. 가게들도 대부분 일찍 문을 닫는다. 늦은 시간에는 갈만한 곳이 없고, 성수기가 되면 주말에는 오히려 어딜 가나 관광객이 많으니 다니기가 힘들다.


그 외에도 인구가 적은 지방 소도시라는 특성상 각종 문화, 체육, 교육 시설 등등이 대도시에 비해 그 수준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자연을 원 없이 접할 수 있는 반면, 도시의 편리함과 윤택함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다.

지금까지 생활하면서 느껴지는 아쉬운 점 세 가지를 꼽아 보았다. 다다다다 단점을 써 내려가긴 했는데...

기가 막히게 맛있는 냉면집을 가면 그만큼 긴 대기줄을 기다려야 하듯이, 강릉도 마찬가지다. 장점이 있으니 그에 따라 감수해야 할 단점이 있다. 인구가 적어서 한적하고 여유롭지만, 그에 따라 불편이 따르기도 한다.


살아보니 '강릉이 더 좋다, 서울이 더 좋다'라고 답을 내리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단지, 강릉 혹은 지방 소도시로의 이주를 고민하고 있다면 무엇보다 본인의 성향을 잘 고려해 보는 것이 좋겠다. 한밤에도 네온사인이 환하게 켜진 번화한 거리, 늘 새로운 것들이 들어서고 변화무쌍하며 사람들의 물결로 활기 넘치는 도시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대도시의 삶이 더 맞을 것이다. 반면에 자연 속에서 무한한 행복감을 느끼고, 조용하면서도 여유로운 삶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마음 한편에 언젠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살아보고 싶은 꿈을 품고 있다면, 한번 행동으로 옮겨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거주지를 옮긴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므로, 당분간은 움직일 수 없다면, 내가 몸담은 곳의 장점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던 사소한 것들이 꽤 중요한 것이었다는 것을 떠나고 나서 더 느끼게 될 수도 있으니까. (필자는 집 앞에 있던 아들이 좋아하는 작은 초밥가게가 그렇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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