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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는솜사탕 Sep 19. 2022

지방으로 가면 애들 교육은요??

시골에서 아이를 키워도 불안하지 않은 이유


우리 가족이 강릉으로 이주한다고 얘기하면 사람들은 그 이유를 궁금해했다. 그리고 그중 많은 이들은 '너무 좋겠다~ 부럽다~.' 며 우리의 결정을 축하, 지지해 주었다. 그리고 '나도 한번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 라고 덧붙이고는 했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나 속초 같은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에 비해서, 실제로 시도를 하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 대부분 '지금은 어렵지만', 나중에는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만 다.



지금은 어렵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다니던 직장이나 사업을 접고 낯선 곳으로 옮겨간다는 것은 분명히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런데 초등학생인 아들과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아이 교육'. 필자는 사람들과 대화하며 이 부분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느꼈다.



그렇다.  한다면, 아이가 클수록 교육 여건이 좋은 곳으로 옮겨가기 마련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서울 외곽 주거지역에서 목동, 대치동 같은 학군지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지방으로 간다면... 교육 수준이 더 떨어지는 곳으로 간다는 얘기가 된다. 한창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 시기에는 지방으로 이주를 감행하기는 확실히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은 이런 트렌드를(?) 거슬러서  강릉으로 이주했다. 시골에서 학교를 보내면서 학업에 부담이 없는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  우리 부부는 아직 초1 아이를 키우는 병아리 학부모일 뿐이고, 교육에 대한 대단한 소신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곳으로 오고 보니, 우리 두 사람의 교육관이 아이를 데리고 지방 이주를 할 수 있었던 큰 동력이 된 듯하여 그것에 대해 한 번 글로 옮겨 보려고 한다.



우리 부부가 지방으로   있었던 것은 아이 교육에 크게 관심이 없기 때문인  같다. 아니,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관심은 많이 있는데, 현재와 같은 교육 시스템에 관심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에는 필자의 경험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학창 시절에 그야말로 ‘범생이’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좋은 대학의 좋은 학과를 졸업하여 치과의사가 되었다. 그런데  늘 그 일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고, 결국 그만두었다. 남편도 비슷하다. 좋은 직업을 가졌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고 어떻게 하면 그만둘 수 있을까를 늘 궁리한다. 우리의 사례가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긴 하지만, '우리의 인생 안에서'는 좋은 대학,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갖는  쓸모가 없었. (물론 눈에 보이지 않게 얻은 것도 많이 있겠지만.) 이런 경험 때문인지 우리 아이가 선행학습을 하고, 좋은 학교 성적을 거두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더 나아가 굳이 아이가 대학에  필요는 없다고 생각. 요즘과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대학은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 직업을 갖기 위해 거쳐야 할 교육기관으로서는 상당히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곳에 진학하기 위해서,   안에서 졸업장을 따기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이나 노력, 비용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배울 수 있는 것에 비해서.



필자가 대학을 다닐 때도 사회에서 본인의 전공과는 상관없는 직업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 하물며 요즘 같은 시대에는 대학 안이 아니라 밖에서 배울  있는 것이 훨씬 많고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청소년 시절에 시험을 보고 잊어버릴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살아가는데 좋은 밑거름이 될만한 교육을 받고, 경험을 하는 이 훨씬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데 현재 공교육은 그런 것들을 뒷받침해줄 만한 여력이 없다. 그러므로 굳이 많은 비용을 들여 사교육을 시키고, 공교육 안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청소년 시절의 공부라는 것은 대학 진학 외에도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목표를 설정하고, 의지를 불태우며 노력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성취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소중한 경험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효능감을 맛보고, 자존감도 얻는 과정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요즘 아이들이 이런 공부의 가치보다는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공부로 내몰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다들 하는 것이니까 해야 하는 것이고, 다들 달리고 있는데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하니까 달려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보다는 우리도 예측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생존 능력을 키우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가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분들이 '그래서 어떻게??'라고 물으신다면... 아쉽게도 거기에 대한 대답을 지금 드릴 수는 없겠다. 계속 고민해보고, 겪어가며 길을 모색해 보려고 한다. 일단 우리 부부의 교육관과 비슷한 결을 가진 교육을 하는 기관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상의해봐야 할 것이다. 이런 우리의 선택이 아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그냥 할 수 있는 선에서 우리의 몫을 하고 그다음은 아이가 자신의 삶을  잘 꾸려서 살아가지 않을까 한다. 그럴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지금까지 교육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을 풀어보았지만, 이것들은 상당히 제한적인 삶의 경험으로부터 나온, 내 아이를 키우는 방식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다. 차차 아이가 자라면서  바뀔 수도 있고, 그 결과가 반드시 긍정적일 것이라고 자신하지도 않는다. 다만, 아이들을 데리고 지방으로 이주를 생각하신 적이 있는 분들, 비슷한 교육관을 가지신 분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고 싶어서 글을 써 보았다.



현재의 공,사교육 시스템에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필자와 같은 분들이라면, 지방에서의 교육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은 덜 경쟁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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