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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는솜사탕 Sep 22. 2022

강릉에 살아보니. 좋은 점 네 가지


강릉으로 이주한 지 여섯 달이 되어간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는 강릉에서 산다는 것은 '로망 같은 일'이었는데, 막상 살고 있으니 당연한 일상처럼 하루하루 흘러간다.



가끔씩 오래간만에 친구들과 연락을 하면, 많이들 물어본다.

'강릉에 사니까 어때? 뭐가 좋아??'

솔직히 이런 질문을 받으면...

'엄마 좋아?? 뭐가 좋아??'

이런 질문을 했을 때 아이들이 받을 법한 느낌을 받는다. 

음... 참 좋은데~ 뭐라고 설명할 방법이 없네.


그래서 오늘은 작정하고, 강릉에 살면서 느끼는 좋은 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강릉에 살아보니 좋은 점 네 가지!


첫째, 인구 밀도가 낮다, 숨통이 트인다.

빽빽이 사람이 들어찬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것과 사람이 별로 없는 지하철을 타고 갈 때를 생각해 보자. 사람이 많을 때 훨씬 긴장하게 된다. 마음이 편치 않고, 몸이 닿을까 봐 움츠러든다. 다리가 아파서 앉고 싶은데, 옆에 누군가가 바짝 붙어서 서 있으면, 자리에 앉을 기회를 놓칠까 봐 신경이 곤두선다. 반면에 널널한 지하철에 타고 있으면 긴장할 필요가 없다. 앉아서 여유롭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필자는 강릉에서 이런 느낌을 받는다. 



인구가 적으니, 고층 건물이 별로 없고, 신축 고층 아파트들도 대부분 시내 중심에서는 떨어져서 지어져 있기 때문에 시야가 트여있다. 어디서나 늘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다.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택지지구를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은 대부분 한산하다. 사람이 별로 없다.



그전에 살던 도시는 늘 사람들로 넘쳐났다.  아파트와 상가가 숨 쉴 틈 없이 들어차 있었고, 왕복  10차선 도로는 차들로 꽉 막혀있곤 했다. 퇴근시간에 잘 못 걸리면, 집 코앞에서도 꼼짝없이 차 안에서 몇십 분을 흘려보내야 했다. 그러니 나도 모르게 마음에 여유가 사라지고, 뾰족해졌다. 쉽게 화가 났고, 다른 사람들을 굳이 배려하고 싶지 않았다. 내 것을 챙기지 않으면 손해를 볼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더 계산적으로 생각했다.



강릉도 사람 사는 곳이고 모두 웃으며 행복하게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인간관계의 피로 같은 것은 어딜 가나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곳에 오고, 뾰족하던 내 마음의 가시가 조금은 뭉툭해진 느낌이다.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도 관대해졌다. 


@속초 가는 길 


둘째, 자연과 가깝다. 공기가 좋다.

시내에서도 20분 정도만 달리면 바다와 산에 닿을 수 있으니, 언제든지 부담 없이 자연을 만날 수 있다. 가리는 것 없이 뻥 뚫린 하늘을 매일 볼 수 있고, 조금만 시내 중심에서 벗어나도 초록 초록한 풍경이 나오니 마음의 창에 바람이 통하는 느낌이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시내에서 15분 거리의 교외인데, 이 정도만 되어도 온통 논과 밭, 산에 둘러싸인다. 자연 속에서 느끼는 편안함, 여유로움을 이곳에서 매일 느끼고 있다. 



공기도 수도권에 비하면 훨씬 좋다.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겨울에는 하늘의 색이 다르다. 전에 살던 곳의 겨울은 미세먼지 때문에 뿌연 회색빛 풍경이었다면, 강릉의 겨울 하늘은 투명하고 쾌청해서, 집 안에 있기가 아까울 정도이다. 



셋째, 강릉은 관광지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점, 예쁘고 멋진 카페가 많다. 지방임에도 불구하고 가볼 만한 괜찮은 곳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도시 곳곳에 관광지들도 잘 개발이 되어있으니 많은 시간을 내지 않아도 부담 없이 나들이를 다녀올 수 있다. 그리고 단오제, 커피축제, 영화제 등등 문화 행사도 연중 다양하게 치뤄지기 때문에, 도시가 지루하지 않고 살아있는 느낌이다. 



또, 꼭 강릉이 아니더라도 인근에 속초, 양양, 평창, 동해 같은 관광도시들이 있으니 한 시간 안에 좋은 여행지들에 다다를 수 있다. 수도권에 살 때는 가까운 곳에 가려고 해도 길이 막히지 않을지, 주차할 데는 있을지, 사람이 많을지가 염려되어 큰 마음을 먹어야 했다. 그런데 이 주변은 교통량이 많지 않고 사람도 많지 않으니, 가고 싶을 땐 언제든지 훌쩍 바람을 쐬러 나간다.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있지만, 평일에 가면 더욱 한산하게 즐길 수 있다. 덕분에 아직까지는 계속 여행 온 기분으로 살고 있다.


@선교장
넷째, 주거비용이 저렴하다.

강릉에서도 주거의 형태와, 크기, 연식, 지역에 따라서 그 가격은 많이 다를 수 있겠지만, 수도권과 비교하면 주택의 가격이 훠얼씬 낮다. 연식이 있는 경우 30평대 아파트를  2~3억에도 구입할 수 있다. 속된 말로 깔고 앉아야 하는 돈이 훨씬 적다. 



이전에 살던 집과 강릉에서 매수한 집을 비교하면 확실히 그 차이를 체감할 수 있다.  

수도권 29년식 22평 빌라 현 전세가 5억 5천만 원

강릉 27년식 29평 아파트 현 매매가  2억 2천만 원


당연히 절대적으로 비교를 할 수는 없겠지만, 주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 부부도 주거 비용의 차액을 투자해서 수익을 얻는다는 가정 하에 이곳으로 오면서 일을 줄일 수 있었다. 확실히 강릉으로 오면서 가족과의 시간이 더 늘어났고, 일을 줄임으로서 피로도는 감소했다. 이주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이다. 물론 직장, 교육, 인프라 같은 치명적인(?) 몇 가지 조건을 감수해야 하지만.




이 외에도 살면서 느끼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좋은 점들을 꼽아보았다. 


길게 얘기했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마음이 편하다!!라고 할 수 있겠다. '생각보다 별 것 없네...'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게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음 글에서는 <강릉에 살면서 느끼는 아쉬운 점들>을 꼽아 보려고 한다. 단점을 꼽는 것이 장점을 꼽는 것보다 훨씬 쉬울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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