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보니 아쉬운 점들
'주알못'인데다가 그다지 부지런하지도 않은 두 사람이 덜컥 시골로 이사를 왔다. 전원주택으로 온 지 8개월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조금은 주택살이에 대한 감이 잡히는 듯하다. 만약 이다음에 우리가 집을 짓게 된다면 위치나 구조 등, 어떤 점들을 신경 써야 할지에 대해서도 터득하게 된다. 두 편의 글에 그동안 살면서 느낀 점들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집의 전체적인 조건
강릉 시내까지 자차 15분
초등학교 자차 5분 거리
주변 편의 시설 없음(가장 가까운 편의점 차량 3분 거리)
집 주변 논밭에 둘러싸임
10가구 정도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목조 주택 단지
텃밭 없음. 마당이 있으나 주차공간 겸용으로 사용하여 넓지 않음
모든 집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조용하고 자연과 가까우면서 편의 시설과도 인접하고 가격도 저렴한 집을 원한다면? 그런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집은 찾기 어렵다. 결국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과 내가 수용할 수 없는 불편함이 어떤 것인지 잘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들을 적당히 조율해서 꼭 지킬 조건과 과 버릴 수 있는 조건을 파악해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물건을 알아보는 것이 최대한 나에게 잘 맞는 집을 찾을 수 있는 길이다.
결혼 후 이 집에 오기 전까지 경기도에서 4군데의 집을 거쳐왔다. 집을 옮길 때는 그전 집에서 아쉬웠던 점들을 고려하여 다음 집을 구했다. 3번째 살았던 집은 집이 넓고 구조가 좋으며 조용하고 쾌적한 동네에 있는 아파트였다. 우리 부부가 참 좋아했던 집이었다. 그런데 결정적인 불편함이 있었으니, 지하철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꽤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남편이 서울로 출퇴근하는 것이 너무 번거로웠다.
그래서 4번째 집을 구할 때는 좀 더 서울과 가까운 지역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무조건 역세권, 편의 시설과 지하철역에 가까운 집으로 구했다. 그 결과 34평 5년 차 아파트에서 에서 22평 30년 차 빌라로 옮겨가게 되었다. 내부도 리모델링이 시급한 상태였다.
그 집에 살면서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방식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우리가 원해서 모든 것이 너무나도 잘 갖추어져 있는 초역세권으로 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편의를 벗어나도 좋으니, 자연과 가까이하고 싶다는 바람이 마음 한편에서 점점 커져갔다. 그 바람이 이 집까지 오게 된 큰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게 모든 편의를 뒤로하고 전원주택에 와 보니 예상했던 대로 장점과 단점이 있다. 이 글에는 우선 단점을 써 보려고 한다.
전원주택의 아쉬운 점
▶아이 학원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이 점은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요즘 학원은 꼭 교육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친구들을 만나서 놀 수 있는 장소의 역할을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인접한 학원이 별로 없기도 하고, 그중에서도 학교까지 셔틀을 제공하는 학원은 더욱 제한적이다. 그러니 골라서 학원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학교로 데리러 오는 몇 안 되는 학원 중에서 보내야 한다. 음악, 미술, 영어, 태권도 정도의 전형적인 학원이 아니면 무조건 시내로 라이딩을 시켜줘야 하는데, 매일 학교 라이딩에 학원 라이딩까지는... 쉽지 않다.
▶놀 수 있는 친구를 만나기 어렵다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파트를 벗어나서 전원주택을 선택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이건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오히려 아이가 친구를 만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어린아이들이 주변에 많이 살고 있는 곳에서는 잘 어울려 놀 수도 있겠지만, 주변에 집이 별로 없거나, 아이들이 살고 있지 않은 경우는 친구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아파트가 단지에 놀이터가 있고, 주변에 학원도 많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좋은 환경일 수도 있다. 학교 친구들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경우가 많으니 만나서 놀기도 훨씬 좋다. 다만, 형제가 있는 집에서는 항상 놀 수 있는 상대가 있는 것이니, 이 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난방비
이사 오기 전 연식이 있는 주택에 살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집이 너무너무 춥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구옥이니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신축 주택이고 고작 10월임에도 불구하고 집이 꽤 춥다. 대부분 주택들은 LPG 가스나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데, 아파트 난방비의 3~4배 정도가 나온다고 하니 추워도 보일러를 틀기가 망설여진다. 설계할 때 단열에 신경 많이 쓴 곳은 훨씬 덜하다고 알고 있지만, 직접 살기 위해서 설계한 집이 아니라면... 주택에서 겨울을 나는 것은 만만치 않은 것임을 실감하고 있다.
▶치안 문제
집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파트보다는 외부에서 접근이 쉬운 공간임은 분명하다. 겁이 많으신 분들은 밤에 혼자 집에 있는 게 무섭다고 느껴지실 수도 있다. 주변에 상가나 가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논밭이고 밤에는 깜깜하니까. 이런 부분이 신경 쓰이신다면 주택단지가 크게 조성되어 있는 곳이나 타운하우스가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아파트만큼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벌레
여름이 다가올 무렵 벌레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었다. 듣도 보도 못한 벌레들이 출몰한다는 이야기를 익히 많이 들어보았기 때문이다. 한여름을 겪어보니 , 지은 지 3년이 안된 신축이어서인지 특별히 집 안에 벌레가 많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주변에 논밭이 많이 있음에도 방충망 단속에 신경을 썼더니 모기 때문에 큰 불편을 겪지 않았다. 이 부분은 주택의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케바케일 듯하다.
▶운전이 필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운전을 꼭 할 수 있어야 한다. 가족에 따라서는 차가 두 대 필요할 수도 있다.
▶인프라가 없다.
돌고 돌아 인프라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도심에 조성되어 있는 산책로나 공원 같은 것은 없다. 물론 집 주변에 시골길이나 산책할 수 있는 좋은 길이 있으면 좋은데... 외진 곳에는 오히려 찻길 외에는 마땅히 걸을 공간이 주변에 없을 수도 있다. 헬스장, 도서관 같은 시설도 도심에서는 흔하지만 이곳에서는 차를 타고 10분 이상 가야 이용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시설들을 자주 이용해야 한다면 많이 불편을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아쉬움으로 다가왔던 부분들에 대해서 써 보았다. 이 중에는 사람에 따라서는 꽤 치명적인 단점이 될만한 것들도 있으리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은 꽤 만족하면서 살고 있으니, 주택살이에 아파트에서는 결코 충족시킬 수 있는 독보적인 장점들이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다음 글에서 살면서 느낀 좋은 점들에 대해서 꼽아보겠다.
*주택은 100집이 있으면 100집 모두 다르다. 아파트 단지처럼 동네나, 집 내부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필자의 경험은 아주 특수하거나 부분적이라는 것을 참고해 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