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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는솜사탕 Sep 17. 2022

아이를 시골 학교에 보내면 어떨까?

강릉 작은 학교의 장점, 단점

강릉에는 읍면 단위에 있는 학생 수가 적은 초등학교를 '작은 학교'라고 하며, 시내에 살고 있는 아이들도 등교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런 학교들은 스쿨버스를 운행하기 때문에 조금 먼 통학거리를 감수하면 시내에서도 시골학교를 보낼 수 있다. 우리 가족은 처음에 시내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할 계획이었고, 학교는 집에서 가까운 것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어 작은 학교는 고려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당초 계획과 달리 '동'이 아닌 '리'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아이는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시골학교에 입학했다.(신호 없는 시골길을 씽씽 달려서. 걸어서 가면 40분 이상 소요된다.)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100명이 조금 넘는 학교이다. 작은 학교들 중에서는 규모가 큰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완전히 시골 분교 같은 곳이라고 하긴 어렵고, 시내와 멀지 않은 교외에 위치한 초등학교이다. 학년별 인원을 보면 1학년은 22명이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조금씩 학생 수가 줄어서  6학년은 10명이 조금 넘는 정도다. 아무래도 학업에 신경을 쓸 무렵이 되면 아이들이 하나둘씩 시내로 빠지기 시작한다



작은 학교 치고는 1학년 학생 수가 많아서 그런지, 학교를 보내면서 딱히 전교생이 가족같이 지낸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아이 학교는 형 동생들이 섞여서 노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드라마에 나오는 시골학교의 느낌이 나려면 전교 학생수가 50~60명 이하로 훨씬 적어야 할 듯하다.) 그러니 학교 분위기가 시내 학교와 크게 다르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뚜렷하게 다르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가 있어 이 글로 옮겨보려고 한다.  


장점


1. 체험학습이 많다. 지원이 많다.



작은 학교가 일반학교에 비해 가진 가장 두드러진 장점은 이것인 것 같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스쿨버스를 타고 강릉시 주변의 아쿠아리움, 박물관, 미술관, 수목원 등등 교외 체험학습을 다녀온다. 비용이 따로 없이, 부모와 함께 해보지 못한 활동들을 학교를 통해 하고 오니 만족도가 높다. 학교 밖뿐만 아니라 학교 안에서도 '찾아오는 체험학습'이 종종 진행된다. 학교에 숲 해설사 선생님이 오시기도 하고, 친환경 비누 만들기, 화분 만들기 등등 수업시간에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 그래서 학교에서 이것저것 가지고 오는 것이 많다.



이렇게 풍부한 활동이 가능한 것은 아무래도 학생 수가 적으니 재원이 풍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다가 아무래도 전교 다 해봐야 한 학년에 한 학급씩, 총 여섯 학급밖에 되지 않으니 학교의 움직임이 가벼워서, 특별 수업이나 외부강사 초빙이 자주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웬만한 물품들은 학교에서 준비되기 때문에 준비물이 거의 없고, 우유 급식, 방과 후가 무료다. 모든 아이들이 방과 후로 개설된 모든 과목을 들을 수 있는데, 현재 1학년은 칼림바/원예/미술/영어회화/스포츠를 하고 있다.




2. 학업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이곳에는 아이들을 자연에서 뛰어 놀릴 생각으로 전원생활을 선택한 부모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학교 전체적으로 공부를 시키는 분위기는 아니다. 전학 전에 수도권에서 잠시 학교를 보냈었는데 이곳으로 오고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시골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학교 앞에 학원이 한 개도 없다. 물리적으로 학원에 보내기 쉬운 환경이 아니다. 사교육을 종류별로 여러 가지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자연히 아이들이 경쟁적으로 선행, 심화학습을 하는 모습을 이곳에서는 보기가 어렵다.  



아이 친구들이 이것저것 학원에 다니고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한다고 하면 우리 아이도 시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굳이 필요하지 않은데 불안감 때문에 휩쓸려서 사교육을 시키게 되는 일은 거의 없다. 필자는 아이가 초등학교 때 까지는 그냥 뛰어놀며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어서 이런 부분이 장점으로 느껴진다.



단점


아이들이 적다.


학년당 한 학급으로 구성되니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같은 친구들과 학교를 다닌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 거기다 자랄수록 거의 동성친구와 놀게 되니, 더더욱 제한적이다. 다행히 학급 아이들의 분위기가 좋으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나, 아이가 교우 문제로 힘들어하면... 고민이 커질 수 있다.



그리고 도심이라면 아파트 단지 안에도 같은 학교 아이들이 많아서, 굳이 같은 반이 아니어도 쉽게 어울릴 수  있다. 그런데 이곳은 아이들도 적고, 시골이다 보니  살고 있는 곳도 다 달라서 같이 노는 것이 쉽지 않다. 방과 후에도 돌봄 하는 아이, 집에 가는 아이, 학원가는 아이... 각자 갈 길을 가면 남아서 놀 친구가 많지 않다. 외동아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지금까지 아이를 시골 학교에 보내며 느끼는 점들을 써 보았다. 초등학교 입학하고 7개월쯤 된 초보 학부모이니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아이가 자라면서  내가 학교에 대해 느끼는 점들도 변화할 것이다. 그래도 나의 이 경험들이 도움이 될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글로 옮겨 보았다.



시골 학교 특유의 자연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모습을 기대하셨다면 좀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필자는 반드시 작은 학교가 아이에게 최고의 환경이라고 생각하지 . 물론 주변 환경이 너무 좋긴 하지만, 그건 집이 시골이다 보니 자연을 가까이하며 자라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학교 울타리 안은 다른 곳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초등학교 때는 어떤 학교를 다니는가 보다는 좋은 담임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아이에게 주는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를 위해 굳이 무리해서 작은 학교에 보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것보다는 학교의 분위기가 부모의 교육관과 결이 비슷한가 하는 부분이 훨씬 더 중요할 것 같다. 학업을 강조하는 곳인지, 전체적으로 사교육을 많이 시키는 분위기인지 등등. 만약 아이를 이런 것들에서 자유롭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 작은 학교는 좋은 카드가   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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