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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숨쉬는솜사탕
Aug 23. 2023
내가 들어본 가장 멋진 꿈
카레를 먹다가
조금 기분이 처지는 아침이었다.
파트타임이다 보니,
출근하는 게 여느 직장인처럼
힘들지는 않았는데....
오랜만에 일을 시작해서
오히려 생기가 돌기도 했는데...
조금 지쳤었나 보다.
교정치과는 방학 때 가장 바쁘다 보니,
한동안 빡빡하게 돌아갔으니까...
오늘은 왠지 애쓰고 싶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일찌감치 집을 나섰겠지만,
오늘은 그냥, 느긋하게 가고 싶었다.
(그렇다고 지각은 아니고.)
대충 때우다시피 하던 아침도,
제대로 챙겨 먹고 싶었다.
어제 해 둔 양파 넣은 카레에
냉장고에 들어있던 갖은 채소를 구워
현미밥과 함께 얹었다.
드물게 호사로운 아침상이었다.
인스턴트 카레 가루를 썼으니
완전히 건강식이라고 보긴 어려웠지만.
나를 위한 풍성한 한 끼를 마주하고 있으니,
생각나는 얘기가 있었다.
글 수업 멤버의 아들 이야기.
그 청년의 꿈은
‘
하루 한 끼
나를 위한 건강한 밥상을 차려 먹는 것’
이라고 했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다녔는데,
눈 뜨면 출근하기 바쁘고
퇴근하면 쓰러져 잠들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했다.
그 길로 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자신은 소박하지만 건강한 밥상으로
하루 한 끼는 차려먹는 삶을 살 거라고.
요즘은 매일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요리를 해서 다른 여행자들과 나누어 먹고,
수영을 하고, 함께 음악을 연주한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와... 그 청년 참 멋지다...
라는 생각을 했다.
꿈이
아파트가 아니라,
승진이 아니라,
주식이 아니라,
건강한 밥상이라니.
그는 이미 꿈을 이루고 살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의 꿈은 뭘까.
남들 따라 꾸는 꿈 말고, 나의 꿈.
사실 꿈이라고 꿔 본 건 많았지만,
늘 흐지부지되곤 했다.
사십이 넘어서도 오락가락하는 건
그것들이 진정한 나의 꿈이 아니었기 때문은 아닐지...
카레를 삼키며,
내가 꼭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밥을 뜨는 숟가락이 오늘따라 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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