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스시회사 eat happy에 근무하며 외국인동료들과
예전에 같이 일하던 동료들의 국적은 네팔,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이다. 한국사람인 나는 그들의 문화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지만 재밌게도 그들은 한국말 한 두 마디는 할 줄 안다. 그들은 나에게 아는 한국말이 있다며 선보이곤 했는데 인삿말일거라 추측한 나는 의외의 말에 당황했다.
그들이 나에게 처음 들려준 말이란 바로
"오빠 싸랑해여!"
한국 아이돌 영향일텐데 남자 동료가 이 말을 했을 때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본국에서 여자들의 아이돌 사랑이 보통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본인이 배우려 했던 말은 아닐터이니.
일을 하다보면 서로의 나라 인삿말을 배우기도 한다.
필리핀에서는 '카무스카'
베트남에서는 '씽 치아오'
이것이 각 나라의 '안녕'이다. 정확하게 배운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들려준대로 써보면 이렇다.
나 또한 그들에게 인삿말을 알려주는데 한 베트남 동료는 이미 알고 있다며 "아뇨하세유"라고 당당하게 외쳐 배꼽이 빠질 뻔했다. 발음을 제대로 못해서 웃긴게 아니라 첫음절에서 끝음절까지 '도레미파솔라시도'로 빠르게 하나씩 올라가는 억양은 정말이지 개그 코너에서 본듯 코믹했기 때문이다.
"그건 '안녕하세요'가 아니잖아"라며 굳이 교정을 해주었지만 그 친구는 자신의 인사법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내친 김에 호칭을 알려주었는데 이게 그렇게 인기가 있을 줄 몰랐다. 남자 동료들이 나보다 나이가 많아 한국에서는 나보다 나이 많은 남자를 '오빠'라고 부른다 알려주고 시시 때때로 오빠라 불러주었더니 너무나 좋아했다. 오빠라 불리는게 왜 좋은지 모르겠지만 속이 간질거리는지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필리핀 여자동료는 마치 독일어 Opa 오파 (할아버지) 라고 들린다며 독일에서는 할아버지인데 한국에서는 오빠라며 재밌어 했다. 나는 한국말의 오빠는 오'빠'이고, 독일어의 오파는 오'파'이니 다르다고 굳이 친절히 설명해주었지만 그 친구는 내 말은 들리지 않는듯 오빠와 오파의 뜻이 너무나 상반된다며 재밌어 했다.
필리핀 여자 동료는 일할 때 보면 뭐든지 빨리 배우는 편인데 한국말을 가르쳐주면 그것 또한 빨리 배웠다. 하루는 한국음식에 대해 얘기하게 되었는데 자기는 '비빔밥'을 안다고 했다.
"어? 너 어떻게 비빔밥을 알아?"
"전에 한번 먹어봤어. 고기랑 야채를 밥 위에 올려서 고추장이라 다 함께 비벼 먹잖아. 하이델베르크에 한국 식당 있다고 해서 다음에 가면 먹으려고."
"그러면 다음에 가서 '비빔밥 주세요.'라고 말해봐."
"비빔빱 추쎄여?"
"응. '주세요'는 달라고 부탁하는 말이야."
"오 알았어! 다음에 가면 꼭 해볼게!"
그렇게 알려준 뒤 굳이 종이에 써주기까지 했다.
비빔밥 Bibimbab 주세요 Zuseyo
"비빔밥에서 '밥'은 Reis야. 그러니까 밥을 원할 때는 '밥 주세요.'"
"아 비빔밥의 밥이 Reis구나. 오케이."
"독일어 Geld가 한국 말로 돈이니까 자, 이렇게 말해봐. '돈 주세요.'"
"똔 추세여."
이쯤 되면 우리는 또 웃음보가 터진다. 웃음 터질 포인트는 없지만 이러고 있는 우리 자신들이 재밌는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응용해서 동료들에게 일일이 말하며 연습한다. 손을 내미는 것도 잊지 않는다.
"똔 추세여!!!"
바지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일하는 동료에게서 지갑을 뺏는 흉내를 내며 '똔 추세여.'라고 외친다.
아침에 출근할 때면 먼저 와서 일하고 있던 동료들이 나를 보고 "안녕하세요!"를 외쳐준다. 평생 관심조차 가져보지 못한 나라의 친구들이지만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일을 하고 조금이나마 서로의 나라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이 사뭇 즐겁고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