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 만들다 다른 나라 화장실 이야기
스시 만드는 일은 처음 배울 때는 복잡하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같은 일을 반복하는 단순노동이다. 동료 각자가 자기 도마를 바라보며 무념무상으로 일을 하다가, 문뜩 잠에서 깨어난 듯 이야기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 매장 안에 생기가 돈다.
하루는 베트남 동료 '탕'이 스시를 포장할 때 나오는 스티커 종이 쓰레기의 부피를 줄인다고 손으로 비비고 있었다.
그러다 대뜸한다는 말이,
"예전에 베트남에서는 화장실 휴지가 없어서 이렇게 사용했지."
내 기억 저 먼 곳에서도 휴지가 없을 땐 신문지를 열심히 비벼 부드럽게 사용했던 기억이 있었다. 주로 시골 할머니 댁에 갔을 때였다.
스티커 붙이다 휴지 없던 시절의 추억으로 소환. 그러다 자연스레 이야기는 화장실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옛날엔 화장실이 집집마다 없고
이웃들이 다함께 화장실을 같이 사용했어."
"한국도 그랬어. 나 어릴 땐 그랬지."
"네팔도 그랬어."
자랑도 아닌데 너도 나도 그랬다며 신나서 대답했다. 이렇게 다가구 주택에 살며 화장실을 공유했던 기억도 소환. 우리 모두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웃었다.
그 와중에 나보다 열 살 어린 필리핀 동료는 "진짜??"하며 놀랐다. 필리핀도 화장실 여건이 좋지 않았을텐데 열 살이 어려 그런지 세대차이가 났다. 세대 차이는 국적불문이구나!
네팔 동료 수실은 "아침마다 화장실 앞에서 줄 서서 기다렸어." 라고 말하며 바지춤에 손을 넣고 동동 거리는 흉내를 내었다. 굳이 자세히 말하지 않았어도 그가 무얼 표현하는지 이해한 우리는 박장대소했다.
그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근데 네팔에서는 화장실에서 볼일보고 난 뒤 휴지로 안 닦아. 물로 닦지."
"맞아 맞아. 필리핀도 그래!!!!"
듣고만 있던 필리핀 동료가 급하게 맞장구를 쳤다.
여기서 멍한 사람은 나, 잠깐 머리가 고장난듯 반응을 할 수 없었다.
"물로 닦아야 깨끗하지. 휴지로 닦는 건 깨끗하지 않아. 그래서 난 지금도 물을 사용하거든.
화장실에 그 용도로 물 바가지를 놨는데 남편이 이게 뭐냐고 해서 내가 쓰는거라고 말했어."
독일인 남편과 사는 필리핀 동료는 독일에서도 여전히 '그' 방법을 추구하고 있었다. 난 이 방법이 다소 당황스럽게 다가왔는데 독일인 남편은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은 그렇지 않냐 묻기에 어색한 웃음을 띄우며 고개를 가로져었고, 한 가지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그러면.... 물을 사용해서... 손으로 닦는거야????"
호수로 물을 뿜어서 닦아내는지 손을 사용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밝은 미소로 호기심어린 눈으로 물어봤더니 네팔 친구가 밝게 대답해주었다.
"응 맞아 ^^"
"아...하..... 그렇구나!! ^^"
내가 놀라워하는 모습에 네팔친구는 피실피실 웃으며 재밌어 했고, 이 모습을 본 필리핀 동료는, 손을 사용하고 그 후엔 비누로 손을 닦는다고 부연설명해주었다.
그들의 문화를 비하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솔직히 스스럼 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내가 그 문화를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고 마음으로 이해해주는 것만인데도 말이다.
이렇게 문화의 벽이란 높은 거구나, 피부로 와닿았다.
우연찮게 동료들을 통해 다른 나라 화장실 문화도 배우고, 어린 시절 신문지 비비던 추억도 소환하고 함께 웃을 수 있어 즐거웠다. 이게 해외에 사는 묘미가 아닐까? 다른 세상에 사는 즐거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