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백수란 무엇인가! 백수되는 걸 두려워 말자.
9시 반, 모두가 출근하고 한산해진 거리를 내려다보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백수'.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이 백수는 정말 신출귀몰하다. 일단 백수는 회사나 학교를 다니는 '일반인'에게는 만나기 어려운 존재다. 백수는 그들이 실내에 박혀 무언가를 하는 시간에 어슬렁어슬렁 밖으로 나와 거리를 배회한다. 그리고 그들이 야외로 나와 활동하는 시간이 되면, 스리슬쩍 사라진다. 혹여나 저녁시간이나 약속 등에 의해 그들과 마주친다 하더라도, 그들을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아 나 요즘 공부하고 있어~', '아 나 요즘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지~' 등과 같은 방법으로 저마다 몸을 위장하고, 자기 자신 존재를 숨긴다. 하지만 이렇게 보이는 백수들은 사실 진정한 백수가 아니다.
백수에는 총 4종류가 있다. 돈이 들어올 곳이 있느냐? YES or NO, 무언가를 준비를 하느냐? YES or NO
이러한 질문들의 조합으로 백수는 돈 있는 위장 백수, 노력하는 위장 백수, 기만자, 그리고 진정한 백수로 나뉠 수 있다. 위장이나 기만자 백수는 모두 자기 자신이 백수임을 인정하지 않고 세상의 미련을 가지고 살아가는 거짓 백수다. 진정한 백수가 되기 위해서는 돈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아야 한다!
진정한 백수는 간간히 벌어둔 돈을 쓰거나, 용돈을 받아 쓴다. 그리고 사회가 바라는 어떠한 생산적인 일도 하지 않는다. 이런 백수는 '일반인'들 눈에는 비전도 없고, 한심한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크나큰 오해다. 백수야 말로 진정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자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백수는 자기 자신을 채우던 수많은 족쇄를 풀어헤친 자다. 처음 백수의 길에 접어든 자는 한 껏 가벼워진 몸이 너무나 어색해 자꾸 자기 자신의 다리에 아무 쇠붙이라고 붙이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백수가 되는 것을 방해한다. 진정한 백수가 되기 위해서는 가벼워진 몸을 느끼고 자유로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자신의 현 상황을 인지하고, 모든 것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때 그때 서야 '백수화'가 시작된다.
이렇게 백수화가 된 사람은 세상만사에 능통해진다. 어려움이 닥쳐와도, 세상이 혼란 해져도 족쇄가 없는 몸이기에 무엇하나 걸릴 것이 없다. 코스피가 떨어지고 유가가 떨어져도 백수는 개의치 않는다. 공무원 시험이 연기되고, 해외 출국이 금지돼도 신경 쓰지 않는다. 백수화가 된 사람은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고, 세상에 대한 현명한 대답들을 내놓을 수 있다. 백수는 비전도 없고, 한심한 사람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세상을 내려다보며 자신을 갈고닦는 진정한 '현인'이다.
자신이 백수인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아라. 그리고 백수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백수의 시절을 겪는 것은 세상의 정사에 능통해지고 자기 자신과 가까워지는 길이다. 지금 집에서 누워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당신! 당신은 지금 세상의 족쇄를 벗어던지고 현자의 길에 접어든 자이다. 이러한 경험은 분명 당신을 더욱 단단하고 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백수가 되는 것은 결코 패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속새와 단절하고 산으로 들어가 불교적 수양을 갈고닦는 사람을 '스님'이라고 한다. 나는 속새와 단절하고 현세에 남아 자기 자신을 수양하는 사람을 '백수'라 칭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