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결혼

결혼과 연애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by 토미융합소

오랜만에 프랑스 유학시절 알고 지내던 지인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계속 파리에서 지내다가 올해 4월 코로나가 심각해짐에 따라 한국으로 잠깐 피신 온 상태입니다. 작년 8월 제가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라 반가운 마음과 함께 그동안 묵혀왔던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일', '코로나 사태에 대한 양국의 대처 차이' 등등 많은 주제가 오갔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핫한 주제는 '결혼'이었습니다. 제 지인분은 프랑스에서 만났던 남편과 이혼하였습니다. 사실 그분이 이혼을 한지는 꽤 됐지만, 조금 민감한 문제라 그것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타국민과의 문화 차이 또는 성격 차이가 큰 원인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분의 대답은 달랐습니다.


"문화 차이나 성격차이는 오래 만났기 때문에 이미 많이 희석돼있는 상태였어. 서로 갈라서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서로 사랑만 했다는 거야."


평소 결혼은 서로의 사랑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던 저에게는 조금 충격적인 대답이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결혼은 남녀 간의 사랑을 공식적으로 확인받는 절차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결혼 사이에 '사랑'이외의 것이 끼이면 그것이 결혼 생활에 마찰을 불러온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지인분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결혼에 있어서 중요한 건'사랑'뿐만이 아니라 '협동심'이라고 했습니다.


"결혼이 연애와 다른 건 '가정'을 꾸린다는 거야. 가정은 컴퍼니와 같아. 서로 함께 달성해야 할 공통의 목표가 있는 거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사랑만 있어서는 안 돼. 함께 마음을 모아 문제를 파악하고 목표를 달성해 나가려고 하는 '협동심'이 필요해. 서로의 사랑만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면, 결국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문제를 떠맡거나 서로에게 양보만 하게 돼지. 그런 방식의 문제 해결법은 연애 같은 단기 레이스에서는 별 탈 없어 보이지만, 결혼과 같은 장기 레이스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결국 연애에서 결혼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서로가 사랑하느냐'는 당연한 거고, '서로가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를 추가로 알아봐야 해. 나는 그런 검증이 부족했던 것 같아."


제 지인의 이런 진심 어린 충고는 제 가슴에 상당히 와 닿았습니다. 내가 커플로써 발생하는 문제들을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상대와 해결해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대부분의 경우가 발생한 문제를 '어떻게 함께 해결할 것이냐' 보다는, '누가 양보할 것이냐' 싸움으로 진행됐던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동안 이러한 행동이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이루어지는 '헌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 이익쯤은 양보하는 것이 미덕이고,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지인의 말을 듣고 나니, 사실은 이러한 행동이 나와 상대방이 설립한 회사의 자생력을 갉아먹고 진정한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행동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지금까지의 많은 '깨짐'은 결국은 이러한 문제들에 의한 '잔금'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나와 잘 맞는 천상의 여인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와 하는 생각이 같고 나와 가진 가치관도 같은 여인 말이죠. 그러니 오늘 제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결혼은 나와 딱 맞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나와 생각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배우자를 찾는다는 것은 결국 인생을 함께 할 ‘동업자’ 찾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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