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사회란 무엇인가? 책 ‘아이아스 딜레마’를 읽고
현재 우리나라 사회에 '공평함'은 매우 핫한 키워드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근 몇 년간 공평성과 관련된 사건사고와 이슈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인천 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건만 봐도 사람들이 불평등함에 얼마나 분노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반응은 사건의 옳고 그름을 떠나 사람들이 얼마나 공평한 사회를 원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무언가 평등하지 못한 잣대나 형평성에 어긋나는 관례로 부당 이득을 취한 사건들을 보면 분노하고 비판의 시각을 보내왔습니다. 그러면서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더욱 규율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모든 사람을 똑같이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공평한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읽은 책 폴 우드러프의 <아이아스 딜레마>는 정말 공평한 것이 반드시 정의롭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고 동등한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공평할 순 있으나 반드시 정의롭지는 않다는 뜻입니다. 아이아스 딜레마는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두고 이 갑옷을 '아이아스'와 '아킬레우스'중 누구에게 수여하는 것이 마땅한가에 대해 그리스 군이 겪는 갈등 상황을 그린 책입니다. 이 책은 이러한 갈등을 토대로 진정한 사회의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킬레우스 갑옷은 그리스군의 최대의 명예이기 때문에 그리스의 왕 아가멤논은 이 과정이 최대한 공평하게 이루어지도록 노력합니다. 그는 자신이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배심원단을 섭외하고 배심원단의 발언 순서를 제비뽑기로 뽑는 등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리고 만장일치로 아킬레우스에게 갑옷이 돌아갑니다. 하지만 이 결과로 인해 아이아스는 분노하고 자살해버립니다. 자칫 이러한 문제를 단순히 아이아스의 미련함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작가는 이를 사회 정의의 실패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단순히 공평하기만 한 절차를 가지고는 결코 사회 정의가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이야기합니다.
공평성을 위해서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원칙과 알고리즘을 적용시켜야 합니다. 최대로 공평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최대로 사람들의 차이를 줄여야 하는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원칙과 알고리즘은 무슨 수가 있어도 깨어져서는 안 됩니다. 발생한 사건이 어떠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당사자 간의 어떠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지 공평성을 위해서는 모두 무시돼야 합니다. 이런 사회는 매우 공평할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만인의 평등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회는 정의롭기 힘듭니다.
책에서는 진정한 정의는 양측의 차이를 인정하고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양측이 가지고 있는 입장 차이와 상황 차이를 인식하고 그에 맞는 합당한 결정을 내리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공평성은 양측의 차이를 줄이는 데 집중합니다. 사람들이 결코 같을 수 없음에도 공평한 원칙과 알고리즘은 모든 사람을 같은 취급을 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다양성에서 올 수 있는 각종 변수를 모두 무시하고 차별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이런 차별은 사회를 정의롭지 못하게 만들고 분노해서 자결하는 아이아스를 만들어 냅니다.
이러한 공평성으로 인한 정의 실패는 주변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대학수능시험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 시험은 모두에게 똑같은 시험을 치르게 하고 같은 기준으로 채점하므로 매우 공평합니다. 하지만 이 시험은 결코 정의롭지 못합니다.
어릴 적부터 예체능에 뛰어난 성과를 내던 A 씨와 별다른 노력 없이도 올림피아드 수상을 척척 따내는 B 씨가 올림피아드 식 문제를 놓고 대결해야 합니다. 태어나길 외국에서 자라 영어쯤은 네이티브처럼 사용하는 C 씨와 한국에서만 자라난 D 씨가 같은 영어 문제를 놓고 점수를 겨룹니다.
이처럼 사람마다 가지는 기질도 다르고 지능 지수도 다릅니다. 또한 그들의 가정환경과 주변 여건도 달라 사람마다 잘하는 과목 못하는 과목도 다릅니다. 하지만 수능시험은 이러한 사람들의 차이를 무시하고 양측에게 똑같은 잣대를 들이댑니다. 책에서는 이처럼 아무리 투명하고 공평한 방법일지라도 그것이 당사자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결코 정의로울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정의롭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리더십'과 '동정심'이 진정한 정의로움을 구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리더십은 단순히 카리스마 있고 통솔력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리더십은 리더가 어떠한 분쟁이 일어났을 때 공동체를 위한 방향으로 원만하게 일을 처리를 하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리더십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마음인 동정심이 필요합니다. 동정심은 연민이 아닙니다. 동정심은 단순히 상대방이 불쌍해서, 가여워서 봐주는 것이 아닙니다. 동정심은 그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하고 상황을 올바르게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이러한 동정심은 원리 원칙이 가지는 강제성과 딱딱함을 깨고 상황을 유연하고 포근하게 감싸줍니다. 저자는 이러한 동정심이 깃든 리더십이 사회를 정의롭게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원리 원칙을 준수하고 공평함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우리 사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동안 저는 각자가 처한 상황이나 환경 등과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정한 약속이기 때문에 공평한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정의롭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정의로운 것이 아닌 수월한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공평성을 찾는 것은 문제를 정의롭게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보다는 문제를 수월하게 해결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저자가 책에서 밝히듯 사실 이러한 리더십과 동정심은 매우 어렵습니다. 또한 이것은 원칙 또는 원리로 규정되지 않기 때문에 매우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완전히 정의로운 사회를 가지진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공평한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회에서는 벗어날 수 있습니다.
공평함이 가지는 불합리함과 진정한 정의가 가지는 가치에 대해 더욱 알고 싶으신 준은 책 '아이아스 딜레마'를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