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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리 Oct 08. 2023

테니스를 치며 배우는 것들 2

틀린 목표보다 목표가 없는 게 더 위험해

"테니스 처음 배울 때 원래 첫 6개월은 공만 주으러 다니는 거야."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놀란 척하면서 속으로는 반신반의했다. 에이 설마, 과장된 말이겠지 하고.

그렇지만 진짜였다. 테니스는 정말 어려운 운동이었다. 게다가 운동 신경이 꽝인 나는 공을 제대로 넘기기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테니스를 배운 지 10개월쯤 되던 어떤 날, 절대 안 늘 것 같던 실력이 아주 조금씩 늘어나는 게 느껴졌다. 기쁜 마음에 열심히 뛰어다니던 와중 코치님이 갑자기 물었다. "네 목표 지점이 어디야?" 하고. 


"에..?" (테니스 레슨을 받을 때의 나는 모든 에너지를 몸에 쓰고 있어 대부분 멍청하고 어벙하다.)

그런 건 없었다. 이제야 스윙 자세가 좀 잡히고 공을 넘기기 시작하니 그저 공을 받아치는 것에 모든 신경이 쏠려 있었을 뿐, 목표까지 생각해 볼 겨를은 없었던 거다. 


틀린 목표보다 목표가 없는 게 더 위험해

코치님은 공을 끝까지 보면서 이 공을 어디로 보낼 것인지 과녁을 정하라고 했다. 공을 받아치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다음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일단 친다'라는 목표 밖에 없던 당시의 나는 용감하게도 "어차피 그쪽으로 보내고 싶어도 공이 마음대로 아무 데나 가는데요?"라고 되받아쳤다. 내 실력으로는 공을 치는 찰나의 순간에 어디로 보내야 할지 좋은 목표를 생각할 여유도 없고, 일단 공이 넘어가기는 하는데 방향을 정해봤자 공은 제각각으로 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코치님은 목표가 없는 게 가장 위험하다고 했다. 틀린 방향으로 보냈다면 그때 조금씩 수정해 나가면 되지만, 목표가 없으면 그다음에 어디로 보내야 할지 계속 알 수 없을 거라고 했다. 실패하더라도 과녁을 조정하면 되는 것과, 아예 목표를 향해 치는 시도조차 안 하는 건 분명히 다르다고 말이다.


그 이후 아직도 잘 되지는 않지만 되도록 목표 지점을 염두에 두고 공을 치려고 노력한다. 삶에서도 그렇다. 


올해는 오랜만에 플래너도 꾸준히 쓰고 있다. '어차피 계획대로 안 되는 것 투성이인데 꼭 계획이 필요해?'라고 종종 말하고는 했지만, 플래너를 써보니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계획대로 안 된다면 계획은 수정하면 되더라. 다만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세우고 노력했던 과정은 사라지지 않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알게 되는 게 진짜 목표의 힘이었다. 엠비티아이로 치면 P인 인간인지라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볼 작정이다. 때로 이상한 목표를 지니기도 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스윙하더라도 시행착오를 거쳐 좋은 목표와 그에 맞는 방법을 찾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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