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이디푸스 Sep 07. 2019

화장실 갈 때 보고하고 다녀!

화장실 다녀오겠습니다.
화장실 갔다 올게요.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고 있으면 동료들이 나에게 이런 말들을 하고 화장실을 간다. 직장을 옮긴 이후로 많이 듣는 말이다. 그 전 회사에서는 잘 못 들어본 말인데 지금 회사에서는 종종 듣는다. 처음에는 '본인 화장실 가는데 그것을 왜 나한테 말하지'라는 의구심이 컸다. '이 회사는 화장실 갈 때도 보고해야 하는가? 여기가 군댄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업무시간에 자리를 비우는 일이니 옆 동료들에게 알리는 것이 맞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과하다. 화장실 가서 자리를 얼마나 비운다고 나의 생리현상을 다른 사람들에게 일일이 알려야 한단 말인가. 나는 화장실 갈 때 주변에 알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거나 불이익을 받지도 않았다.

 

  그런데 화장실 가는 것을 알리는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바로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다. 내적 동기는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자리를 비울 때 주변 동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그것이 사무실 예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장시간 비우는 경우가 아니라면 특히 화장실 문제는 굳이 말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장시간이라는 것도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도 있으니 잠깐 접어두자.


  그리고 외적 요인으로는 상사들의 요구사항이다. 사례를 살펴보면 보통 이런 식이다. 팀장이 일을 시키기 위해서 팀원을 불렀는데 대답이 없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보니 팀원이 자리에 없다. - 사람이 자리에 있는지 없는지 보지도 않고 사람들을 불러대는 상사들이 너무 많다. 팀원들을 빅스비 정도로 여기는 것인가?- 그래서 다른 팀원에게 어디 갔냐고 물어보면 모른다고 한다. 이때 화장실 갔던 직원이 들어온다.

"어디 갔었어?"

"화장실 다녀왔습니다."

"화장실 가면서 왜 말 안 하고 가? 앞으로 말하고 다녀!"

이런 대화들이 이어진다. 1~2분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다. 평상시보다는 팀장이 기분이 안 좋을 때 저런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나는 보통 사람이 자리에 없으면 화장실에 갔나 보다 생각한다. 아니면 회의 중이거나. 그리고 회의 참석 때는 다들 주변에 행선지를 알린다. 만약에 위의 대화에서 "아무한테도 말 안 하고 자리를 30분이나 비워?"라고 했다면 이해가지만 화장실 가는 것까지 보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직장 내 갑질에 해당할 수 있다. 더군다나 팀장 본인은 자리 비울 때 아무 말도 안 하고 심지어 몇 시간 회의 참석할 때도 누구에도 알리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전 07화 앞으론 하나부터 열까지 내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