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화는 무조건 받아라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 보면 "너 왜 내 전화 안 받아."라고 말하는 소리가 주변에서 종종 들린다. 일을 하다 보면 전화를 못 받는 경우가 생기는데 보통 다음과 같은 경우다.
1. 전화 온 줄 몰랐을 경우
2. 미팅 등 중요 업무 중으로 전화받기 곤란한 경우
3. 일부러 전화를 피하는 경우
그리고 보통 "너 왜 내 전화 안 받아."는 높은 직급의 사람이 낮은 직급의 사람한테 하는 말이다. 낮은 직급의 사람이 자신보다 높은 직급의 사람에게 저런 말을 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적어도 내 기억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리고 "너 왜 내 전화 안 받아."라는 말에는 대게 물음표가 없다. 뭐하느라 전화를 못 받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말이 아니다. 저 말속에는 '너(가 뭔데) 왜(감히) 내(내가 누군데) 전화 안 받아'라는 뜻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이 전화를 안 받아서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났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래서 저 말을 한 사람이 듣고 싶은 대답은 왜 전화를 못 받았는지에 대한 상황 설명이 아니라 "죄송합니다."인 경우가 많다. 상황을 설명하다가는 화만 돋우고 이야기가 길어질 수 있다. 2011년 이슈가 됐었던 김문수 경기도 전 도시사의 119와의 통화 내용이 오버랩된다. 권위적인 모습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이런 사람들 중엔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 때까지 끝까지 전화벨을 울리는 사람이 있다. 보통 사무실 전화는 개인당 하나씩 설치되어 있어서 전화벨이 3~4번 울려도 받지 않으면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부재중이면 옆자리 동료가 전화를 당겨 받을 수 있지만 팀이 모두 자리를 비워서 전화를 받지 못할 수 있다. 그래도 전화 신호음이 끊길 때까지 수화기를 내려놓지 않는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못하는 상황일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전화를 아무도 받지 않는다는 사실에 화가 나서 끝까지 수화기를 붙들고 있는다. 전화벨이 계속 울려서 다른 팀에서 누군가 달려와서 전화를 받으면 그는 또 질문 아닌 질문을 한다. "얘네들 다 어디 갔어."
화장실에 있으면 변기 칸에서 통화하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통화내용을 들어보면 보통 고객과의 통화이거나 상사와의 통화이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전화를 걸진 않았을 테고 볼일 보는 와중에 전화가 와서 받는 경우다. 들어보면 긴급한 내용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볼일 보는 와중에도 전화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화장실에 있는 시간도 근무시간이니 받는 게 맞는 건인가..? 나는 받지 않는다. 몇 분 뒤에 전화를 한다고 해서 일에 아무런 지장가지 않는다. 화장실에서까지 전화를 받고 싶진 안다. 화장실에서 전화받는 사람들은 투철한 직업정신과 책임감에 하는 행위이거나 아니면 위에서 말한 "너 왜 내 전화 안 받아."라는 상사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면 별로 신경 안 쓰고 그냥 전화 오니까 받는 걸 수도 있겠다. 글을 쓰다 보니 그냥 받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모두 나 같지는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