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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디푸스 Oct 16. 2019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건 그때그때 다른 기준

도대체 어쩌라는 거죠?

  일을 하다 보면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 그중에 하나가 그때그때 다른 기준이 아닐까 싶다. 회사에는 많은 업무 기준들이 있다. 그러한 것들을 업무 매뉴얼로 만들어서 관리하기도 하고 매뉴얼에 없다고 하더라도 지켜지고 있는 기준이나 규칙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그 기준대로 일을 처리해 나가면 큰 문제가 없다. 일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기준대로 일을 처리했으면 질책은 면할 수 있다. 만약 기준이나 규칙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것들을 바꾸면 해결된다.  


  하지만 매뉴얼이 없거나 있더라도 무시되고 특정 몇몇에 의해서 기준이 세워진다면 문제가 발행한다. 더군다나 그 기준이 그때그때 달라지면 더욱 그렇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아주 작은 소기업에 근무하던 때였다.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모든 건 사장님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매뉴얼이라는 것도 없고 모든 규칙과 기준은 사장님 그 자체였다. 근무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한 번은 일 처리 방법을 두고 회사 동료들에게 방향을 제시했더니 돌아온 답변은 

사장님하고 통화하셨어요? 

였다. 심지어 그 일이 있기 며칠 전 사장님이 똑같은 지시를 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직원들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장님이 기준이고 법인데 그 기준이 항상 바뀌기 때문이었다. 어떤 날은 이렇게 하라고 하고 그 기준대로 일을 고 있는데 어떤 날은 다시 왜 그렇게 하냐며 화를 낸다. 그러니 일을 하면서도 항상 불안하다. 언제 또 사장님이 뭐라고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또 일을 할 때마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사장님 확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사장님이 안 계시면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도 온다. 게다가 뭐 이런 것까지 물어보냐며 화를 내기도 한다. 그것은 사장님 기분에 따라 다르다. 그러다 보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지금' 사장님의 생각은 어떨지를 항상 생각해야 하며, 늘 사장님의 기분을 파악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결국 그 회사는 오래 다니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었다. 회사 전체 인원보다 몇 배 많은 사람들이 1년도 안돼서 퇴사할 정도니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의 퇴사 사유가 그것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위의 사례는 나의 회사생활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의 '그때그때 다른 기준'의 경험이었고, 앞으로도 겪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어딜 가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때그때 다른 기준'은 존재한다. 이것들은 잘못된 기준보다도 우리를 힘들게 한다. 기준이 잘못되었거나, 아니면 나와 그 기준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더라도(잘못된 기준은 바로 잡아나가야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기준이 정해져 있으면 그 기준을 따르기만 하면 되는데 그때그때 바뀌는 기준은 우리를 힘들게만 할 뿐이다. 



사실 기준은 변하지 않는 것인데(합의에 따라 변경해 나갈 수는 있지만) 수시로 마음대로 변한다면 그건 이미 기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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