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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디푸스 Jun 29. 2019

나는 오늘도 출근해서 욕을 먹는다

나는 잘못이 없다

“넌 왜 항상 일을 이딴 식으로 하니?”

“이거 왜 아직까지 완료 못했어?”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거니?”

“아직까지 이것도 모르니?”    


  나는 오늘도 출근해서 욕을 먹는다. 하루에 몇 번의 욕을 듣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거의 매일 듣고 있다. 나는 어쩌다가 이렇게 매일 욕을 듣는 사람이 된 것일까? 이제는 출근해서 욕을 듣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생각해보고 생각해보지만 도저히 알지 못하겠다. 일을 제때에 정확하게 처리해도 욕을 듣는다. 집중해서 일을 하고 있으면 또 욕을 듣는다. 욕을 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욕을 하고 나는 매일 욕을 듣는다. 나는 잘못이 없다고 변명도 하고 싶고 때로는 싸우고도 싶지만 그러기도 쉽지 않다. 그러려고 고개를 들어보면 욕하는 사람이 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 욕하는 목소리만 쩌렁쩌렁하게 내 귓속에 박힌다. 나는 분명 욕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환청인가?' '일에 치여서 이상해진 것은 아닌가?' 생각하면서 주변을 살피다가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옆팀의 박 부장이 김 과장에게 최 차장이 이 대리에게 큰소리로 욕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김 과장과 이 대리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엄청난 욕을 듣고 있다. 누가 보면 나라를 팔아먹은 것 같다. 박 부장과 최 차장은 화통을 집어삼켰는지 사무실이 떠나갈 듯이 욕을 하고 있다. 그들이 하는 욕을 사무실의 수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다. 내한테 직접 하는 욕이 아니더라도 욕을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지 않고 짜증이 난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들은 왜 잘못한 사람-실제로 잘못을 했는지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다-에게만 욕을 하지 않고 상관없는 많은 사람들도 그 욕을 듣도록 하는가? 내가 생각해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다른 사람들이 욕을 듣고 있다는 사실, 그로 인해 스트레스받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함.

  2. 큰소리로 욕을 함으로써 본인의 권위를 과시하고 싶어 함.

  3.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욕을 함으로써 상대방의 기를 죽이고 본인들의 말을 잘 듣도록 길들이고 싶음.

  4. 그냥 화가 많이 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

  5. 상대방의 잘못된 행동을 고쳐주고 실력을 향상해주고 싶음.


  1번의 이유라면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행동이 달라질 수 있지만, 2,3,4번 유형은 사실 답이 없다. 그리고 5번의 경우 하루가 멀다 하고 욕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봐서는 상황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 경우라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욕하는 사람들이 왜 항상 박 부장과 최 차장 인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의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팀원들이 그들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일까? 경험상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 아니면 그들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항상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만 있는 것일까? 그것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이 면접을 보고 뽑는 경우가 많으니 그들의 채용 실패이고, 능력을 발휘하도록 이끌지 못했으니 리더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본인들도 한 번 돌아봤으면 좋겠다.


  어쨌든 나는 출근해서 욕 테러를 당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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