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오글오글:7월호 여름>
<월간 오글오글>은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작가들이 매 월 같은 주제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7월호 주제는 '여름'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봄, 가을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푹푹찌는 더위가 나를 힘들게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름이 주는 활기차고 경쾌한 분위기가 좋다.
나에게 있어 여름에 대한 좋은 기억 첫번째는,
10살때 아빠와 처음 간 안면도 바닷가이다.
맛조개도 잡아보고, 안면도 바닷가 가게에서 노란테의 선글라스도 사고 방갈로에 누워서 뭉게구름과 기러기도 구경했다.
어렸을 때 워낙 몸이 허약해서 어디를 잘 돌아다니지 못했었는데 그나마 10살정도부터는 조금씩 괜찮아져서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멀리 나갔었다. 그래서인지 정말 행복하고 좋았던 기억으로 남았고, 여름도 좋아하게되었는지 모르겠다.
물에 들어간 적도 많이 없어서 엄청 무서웠는데 아빠가 멀리까지 튜브에 태워서 데려가는 장면이 아직도 어제일처럼 기억속에 선명하다.
따갑게 내리쬐는 햇빛과 바닷물 향, 첨벙거리는 주변 아이들과 가족들의 소리가 들리는 것 처럼
기억이 가깝다.
아버지가 나를 향해 환히 웃어주었는데,
이제 아버지는 기억속에만 존재한다.
아버지는 작년 5월 말, 서울대병원 호스피스 병실을 마지막으로 나와, 아버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만 살고 계신다.
땡볕이 내리쬐면 환하게 웃는 아버지도 기억나지만, 암으로 인해 점점 야위어 가던 아버지의 모습도 같이 기억난다. 작은 에어컨을 설치해드리기는 했지만, 큰 에어컨이 아니고 전기세를 아끼신다고 잘 틀지않아서 탈탈 돌아가는 선풍기소리와 함께 침대에 누워만 계시던 모습도 같이 기억난다.
점점 몸은 말라가지만, 그래도 항상 나와 우리 아이를 보면 아빠의 트레이드마크인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시고 집앞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과 반지사탕을 사들고 와서 주시고는 했다.
내가 어릴때 반지사탕을 좋아하니, 손녀딸도 좋아할거라고 생각했던 듯 하다.
찌는듯이 더운 다른 슬픈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아버지의 차를 폐차하기 위해 차를 정리하고 폐차장에 맡기러 가는 날이었다.
땡볕에 눈이 부셔서인지
자꾸 눈물이 났다.
처음에 잘되었던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고, 아버지는 재정적 문제를 겪고 계셨다.
몸까지 안좋아지시면서 더 힘들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희망을 놓지않고 낡은 수첩에 가계부를 정리하고 건물 도면을 읽고 있었는지, 차 안에서 아버지의 기억이 담긴 물건들이 날 쳐다보고 있었다.
개인의 삶은 개인의 운명에 따르는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희망에 대한 문을 내가 좀 더 열 수 있는 역량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폐차장에 가기 전에 차 문이 열린 채로 멍하니 서있었다.
결국 폐차를 하고, 몇몇 유품은 엄마를 가져다 드렸다.
아버지는 음악을 좋아했는데 아빠가 모아 둔 씨디들도 잘 정리되어있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쁨도, 슬픔도
빛도, 어둠도
기억도, 순간의 현재도
여름날, 아버지의 환한 웃음과 아버지의 마지막이 함께 생각나는 어느날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