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에 붙은 기억
잡생각이 많고, 이런저런 주제로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즉, 타인이 보았을 때 멍때리기의 횟수가 많다. 멍때리기 대회나가서 1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
글을 쓰기 위해서 앉아 있으면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실은 그냥 앉아 있어도 생각이 정말 꼬리에 꼬리를 문다. 글을 쓰기 위해..라는 말은 뭔가 고품격처럼 보이니까 붙여본 것일 뿐.)
감정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지만, 의외로 확신의 T이다.MBTI를 고2때 처음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T와 N은 변하지를 않는다. (INTP였으나 나이들고, 직장에 오면서 점차 ENTJ로 굳어졌다.)
물에 빠져 죽을뻔 하면 물있는 곳은 다 공포스러운 것 처럼 어떤 물건이나 장소에 대한 기억이 안좋으면 그 물건 그 장소는 다 공포스러울 수 있을 듯 하다.
삶의 다양한 장면을 접하면서 나와 주변의 사람들을 보니 물건이나 장소는 죄가 없지만 감정으로 인해 죄를 부여받는 경우가 때때로 있다.
(ex : 싫어하는 친구가 준 볼펜, 볼펜은 죄가 없는데 볼펜이 보기 싫다. )
확장시켜서 생각해보면 삶의 다양한 사건들은 죄가 없을지도 모른다. 삶과 죽음의 여정이 기나길지만 결국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한줄 차이의 기록일 뿐인것 처럼 나의 감정이 사건에 끼어들면서 사실들이 감정으로 인해 멍든다. 물론 멍들고 썩은 사실, 사람, 물건 그리고 이것을 통합하는 사건이 존재하는 것이 진실일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결국 그러한 사건이 되는 이유는 우리의 감정이 물건과 사건들에 깃들기 때문이겠지? 라는
심각한척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다보니
휴대폰이 보인다.
휴대폰은 내가 중2때 엄마가 처음 사주셨다. 요즘처럼 반의 전체 학생이 가지던 때는 아닌데, 엄마가 친구들에게 돋보였으면 하는 사랑의 마음으로 신형으로 나온 파란색 드라마 폰을 사주셨다.
(기억하시는지?ㅎㅎㅎㅎㅎ )
빨간색으로 CF를 했지만 파란색도 있었다. 나오자마자 사서 다른 반 학생들이 구경 온 기억이 난다.
친구들과 만나지않아도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신기해서 문자를 정말 많이 보냈던 것 같다.
그리고 한참 신화창조(요즘 뿔뿔이 흩어진 느낌의 신화 ㅠㅠ)팬클럽 활동에 심취해있던 때라, 공개방송에 가기 위해서 저 드라마폰으로 열심히 문자와 전화를 주고받으면서 OO파 (요즘 생각하면 팬클럽 안의 소모임개념이다.) 활동을 열심히 했다. 그래서 저 폰을 보면 뚝섬에서 싸인회 줄을 기다리면서 겨울에 얼어죽을뻔한 기억이 함께 난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왜 뚝섬에서 싸인회 했던걸까... 이런건 기억이 잘 안난다.
그냥 소모임 친구들과 언니들과 함께 부들부들 떨면서 정말 오래 기다린거 같다.
라면을 먹는데 너무 추워서 라면이 어는 것 같은 (군대도 아닌데?) ..... ㅠㅠㅠ 열악함 속에서 열정과 패기하나로 줄서있었다. 요즘도 이런느낌인가?..... 팬클럽들은 있지만 예전처럼 극성맞지는 않고 되게 고품격 느낌인것 같다. 예전에는 자고로 팬클럽이라하면 교복마이에 에릭이민우전진앤디신혜성김동완 명찰 정도는 달고 다녀야 하는데... ㅎㅎㅎㅎㅎㅎㅎㅎ학교에 현수막을 두르고 오는 친구도 있었다.
싸인회는 멀리서 하는데 시간은 빨라서 줄을 서기 위해 조퇴한 날이었던 것 같다.
친구들은 조퇴하기 위해 드라이기를 귀에 '위잉' (순간적으로 열이 오른다. 긴급상황 조퇴가 된다.)
얼굴에 브러쉬로 계속 찍어서 두드러기처럼 올라와서 집에 가는.... (허허)
나는 아마 [정말 아파요 진짜 몸이 안좋아요 어두운 얼굴 아침부터 시전] 으로 조퇴했던 것 같다.
(선생님 철딱서니없었어서, 죄송합니다.)
맹목적으로 이렇게 누군가 좋아하면서 중학교 시절에 1~7교시를 점심과 노는때 말고 자기만 하던 무기력한 삶을 겨우겨우 즐겁게 포장해서 끌고 갔던 것 같다. 뭔가에 집중하면 현실을 마주봐야 해서 정말 힘들었던 때였다. 지금 교사가 되어 돌아보면 약간의 청소년기 우울증이었나라는 생각도 든다.
뭔가에 별 생각없이 집중하는 것, 좋은 것 같긴 하다. 올바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애니콜 폴더 폰
고 1~고3까지 쓴거 같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은 애니콜 폰으로 기억되는 거 같다.
고등학교를 선지원해서 1시간 거리로 지하철을 타고 다녔는데 너무너무너무 시간이 길어서 지겹다보니 각종 타이쿤 게임을 많이 했다. 간단히 할 수 있고 머리 덜써도 되고~
(결국 핑계다 지하철에서 학생이 말이야~ 공부를 하고 책을읽어야지...^^)
물론 타이쿤 말고도 그냥 원래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중학교때부터 롤러코스터 타이쿤,넥슨의 각종 베타게임 (그중엔 아스가르드가 제일 마음에 들어서 한참 열심히 하면서 길드원으로 ... 렙업을 열심히~~~ 하고 밥도 굶고 게임했던 겜녀시절이 있다) 도 했다는 것은 안비밀
다시 원래 짜요짜요 타이쿤 이야기로 돌아오면 짜요짜요를 하면 저 그림에 있는 소들이 우유가 차서 배가 부풀기 전에 우유를 짜야한다. 짜는 방식은 휴대폰 자판 123456...위치에 맞는 배부른 소들을 누르면 된다.
그러다보면 어떻게 되느냐 ? 핸드폰 자판이 마치 비번 입력하면 현관문 비번 키가 닳듯이 핸드폰 자판에서 숫자가 사라진다. 소멸~!! 그래도 난 똑똑하니까 어디가 1이었는지 알고 누를뿐...('-')
하다하다가 중독이 되었는지 수업시간에 책상을 친구와 함께 열심히 구멍내어 구멍으로 보면서 짜요짜요를... 했던 어마어마한 철딱서니 없는 기억도 난다. 허헛 제가 어떻게 교사가 되었죠(...)
그나마 변명해보자면 우리 학교는 자율 자유~ 외치는 학교였기에 휴대폰을 걷지 않는 학교였다는 점.
그래도 수업땐 하면 아니됩니다.
그리고 덤벙거려서 휴대폰을 자주떨어뜨렸었는데
고3 대입 기간에 여러번 떨어진 휴대폰 님이 버티지 못하고 목디스크가 왔다.
즉... 가로본능 휴대폰도 아닌데, 가로본능이 가능한 휴대폰으로 변신하였다.
가만히 잘 놔두면 통화도 문자도 됬기 때문에 대학 합격과 동시에 휴대폰을 바꾸기로 하고 가로본능 아닌 가로본능 휴대폰을 들고다니는 바람에 친구들이 박장대소했던 기억이 난다.
(가로본능되어도 휴대폰 되는 우리나라 삼성 핸드폰 최고)
그래도 이렇게 정신사나운것 같은 엉뚱한 삶 이면에
매일 아침 첫차타고 등교해서 남들모르게 학교 교회에서 30분은 기도하고 아침에 반에서 공부하고 ... 했던 장면들도 있었다. 나에게 좋은 말을 남겨준 고마운 친구들의 문자도 잘 저장해서 읽고는 했다.
모토로라 핑크색을 대학 입학 동시에 샀는데,
한국교원대는 1,2학년 전원 의무 기숙생활이라서 기숙사생활을 바로 시작했다.
전부 다 한곳에 살아서 그런지 아직 2006년 과거라 그런지 으쌰으쌰 술문화가 남아있었다.
전날 술을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기가 썩 쉽지는 않았다.
그리고 교원대 온 친구들은 '근면성실'의 아이콘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아 오늘 그냥 수업 쨀래'가 이미 동기들 사이에서 통용불가하였다. ^ ^;;;;
술을 마셔서 죽겠는데 전화를 100통해서라도 나를 깨워서 데리고 가는
부지런과 배려와 집착의 조화를 이루는 동기들 덕분에 (... 고마운 일인건 확실하다 ㅎㅎㅎㅎㅎ)
우리 룸메들은 '엉덩이가 작고예쁜 나같은 뇨자 ♪~ (아유미 노래!)' 라는 노래가 나오면 치를떨었다.
왜냐구... 그게 내 벨소리였다. 그리고 모토로라 폰이 다른 폰에 비해 요상하게(??) 소리가 훨씬 컸다.
빌런 룸메냐구...
빌런일수있지만 마침 서로 털털하게 별로 개의치 않는 친구들과 함께였어서 큰 문제는 없었다.
어떤 날은 룸메가 술을 많이 먹고 들어와서 2층침대에서 시도때도없이... 머리와 얼굴이 내려와
귀신을 본건가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거나
거꾸로 룸메의 동기들이 우리방에서 북적북적 난리가 나는 경우도 많았어서 쌤쌤으로 ^^
모토로라 폰만 보면 아유미 노래 벨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기분이 든다...ㅎㅎㅎ
(+) 함께 떠오르는 기숙사에서 덤벙댄 썰
학점도 많고 근면성실의 a플플 친구들을 따라가려니 역량이 부족하여
덤벙댐이 더 심해지던 와중
어느날 애들이 빨리나오라고 난리를 하여
진짜 급박하게 아무옷이나 걸치고 내려갔는데
...아뿔싸.....
옷걸이가 옷에 같이 걸려있는지 모르고 ^^
"야 지각하겠다~ 빨리가자~ 엥? 이게 뭐지?...
으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빨리 올라갔따왘!!!!!"
라는 박장대소와 함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3명의 친구들이 쓰러졌다. 웃겨서.
더 황당한건 옷걸이에 옷이랑 ... 스타킹이랑 같이걸어두었던 것 그대로 ^^..
친구가 발견 가능했던 이유는
옷에 이것은 장식인가 하고 들여다봐서 였다ㅎㅎ
그래서 1층 로비까지 왔다가 다시 우리 방으로 가서
(나의 계획은 문을 열고 방에 옷걸이를 던지고 나오는 것이었다. 이유는.. 애들이 자꾸 기다림이 길어지니까...ㅎㅎㅎ 수업도 늦고..)
문 손잡이를 잡고 돌렸는데. 잠그고 온거 같았는데 문이 그냥 열렸다.
'이상하다 ~ 룸메가 들어왔나? 아님 내가 문을 안잠궜나?'
스타킹과 옷걸이를 던지는 순간 누군가와 눈이마주쳤는데
눈이 마주치고 문을 닫는 속도에 비해 내가 옷걸이와 옷을 던진 속도가 더빨라서
그 방이 내방이 아니라 한층 아래의 같은 호수라는 것을
2초 뒤에 깨달았.......
계단으로 향하다가 인지가 되는 바람에 곧바로 다시 가서 문을 열고
내방에 던져넣고 왔으나
놀란 남의방 친구의
눈동자
잊기 어렵다 ㅎㅎㅎㅎ
(밑에층 룸메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미.... 수업에 뛰어가야하는 상황과
애들이 요절복통하여 뛸수없는 상황을 함께 맞이했다. 허헛..................
20살에 비하면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많이 사람되었긴한데
아직 갈길이 멀다.
휴대폰을 보고 별의별 생각이 다 나는 것 같다.
휴대폰을 자주 안바꾸는 사람도 많아졌지만, 아직 약정의 노예로 사는 보편의 몇몇 사람들은 약 3년 정도마다 휴대폰을 바꾸고, 3년정도면 늘 학교 하나씩이 레벨업 되다보니 휴대폰과 추억이 함께 장소를 바꿔간 듯 하다.
나이를 먹고 시간이 빨리 간다고들 하는데
어찌보면 삶의 다양한 것들이 안정되서 변하지 않는 틀이 생기고 일상의 변화는 틀의 변화라기 보다는 작은 변화들이 많아서 매일 똑같은 풍경을 보니까 '다름'이 없어서 같다고 착각하니
어제나 오늘이나라고 착각해서
일년전을 떠올려도 오늘과 비슷한 날이다 보니
빨리 간다 ~~~ 로 느끼는건 아닐까도 싶다
의식의흐름과 함께 내 휴대폰 일대기는 종료하지만
앞으로도 함께할 나의 휴대폰
늙어서도 내 추억들을 레벨업 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