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부터 40세근처까지
초등학교 방학숙제용 일기 혹은 내가 쓰고 싶어 쓰던 비밀 일기 말고 뭔가 '보여주기'를 위한 다이어리는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썼던 듯 하다. 위 사진 같은 6공, 5공 등등 속지를 마음대로 바꿔 끼울 수 있는 다이어리를 팬시점에서 샀다. (요즘은 예전같은 팬시문구점이 사라지고, 대형 문구사 혹은 다이소의 승리인듯 해요)
친구들과 다이어리 속지를 교환하거나, 1~2장 선물로 주거나 하기도 해서 엄청 두툼하게 들고 다녔다.
그리고 지금 유행하는 인생네컷같은 스티커사진 찍는 것도 유행이어서 다이어리꾸미기의 일환으로
틈날때 찍어서 잔뜩 붙이고,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 스티커사진도 붙이고 했다.
요즘 인생네컷 기계가 여기저기 있는 것을 보면 유행은 정말 돌고도는 건가 싶다.
검색하면 다꾸까페들도 있을만큼 예전만큼이나 은근히 사람들이 다이어리와 다이어리 꾸미기에 관심이 있는듯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고1쯤부터는 거의 스케쥴러의 개념으로 변하면서 이런 다이어리 종류는 잘 안쓴지 오래 되었다.
중, 고등학교때는 흘러넘치는 다양한 감정들과 내 불안함의 콜라보로 인해 지금보다 더 산만한 구석이 많았는데,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다이어리이자 스케쥴러를 생각보다 꾸준히 썼다.
중학교때는 쓰는 둥 마는둥 홍수 난 감정상태로 부유하긴 했지만....
고1부터는 위 사진처럼 꽤 꼼꼼하게, 꾸준히 쓰고 기록했다. 그리고 다이어리를 쓰면서 점진적으로 내 할일들을 계획하고 지금 나에게 닥친 일과 해야할 일들이 무엇인지 조금씩 구분해나갈 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은연중에 나의 계획이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부분도 한 1프로의 지분은 있는 듯하다.
(다이어리를 매일 가지고 다니거나 책상위에 두니, 결국 누군가 항상 보게 되니까.)
"어 너 영어학원 다닐거야?" "너 제주도 갈거야?" 등등 ㅎㅎ
실물 다이어리는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다이어리'중 하나였다. 나는 싸이월드의 다른 기능보다는 다이어리쓰기에 열을 올렸던 것 같다. 딱히 글을 쓰고싶어서라기보다,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잠재우기 위해서 읽고 쓰지 않으면 죽을 것같아서, 내 마음에 끌려다니며 쓴 글들에 가까웠다. 지금도 그런 점이 없지않아 있으나, 예전보다는 덜 끌려다니는 중이고 되도록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글을 쓴다.
싸이월드에 정말 흑역사스러운 글도 많은데 부활되는 듯 하다가 제대로 안되는 듯 하다.
당시 다이어리에 글쓰고 나면 (주로 새벽에 휘갈기듯 썼다.) 몇몇 베프들은 너 그러다 시집못간다..... 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ㅎㅎㅎㅎㅎㅎㅎ 뭔가 4차원을 넘어 8차원의 세계로 가는...글들도 많았기 때문인듯 (^^)
이 다이어리는 대학교때 한 동기의 추천 및 이걸 쓰는 부장님이 일도 잘하시니 이래저래 좋아보였기 때문에 쓰기 시작했다. 위 사진은 캐쥬얼한 버전인데 쓰는 사람이 많아서 생각보다 다양하게 많은 종류가 평범에서 고급까지 있으니 검색해서 써보실 분은 써도 좋을 듯하다.
우선은 하루의 업무를 중요도 순, 시간 순으로 나누고 체크할 수 있도록 설계해주는 점이 편하다.
그리고 자신의 연, 월, 하루 업무를 구분해서 잘게 나눌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자신의 가치, 비전들을 적게 되어 있어서 월초, 연초 등에 큰 계획을 잡고 하루하루를 살아낼때 참 좋은 다이어리이다.
항상 다른 사람도 봤으면 하고 썼던 다이어리가 나이가 들어가니 정말 나만 보기위한 다이어리로 변해가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친구따라 강남가고, 주변 분위기 맞추거나 뭔가 눈치보고 결정하던
어린 시절의 나에서
내 주관과 기준을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가고 나에게 좀 더 관심을 쏟을 줄 알게 된 나로 변해가면서 다이어리의 용도도 같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 기쁘기도 하고 '주변'이라는 공동체에 강제로 소속되어 있었던 생활이 조금 이상하게도, 그리울 듯도 하고.
하루하루 같이 살아내느라고 고생했다, 다이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