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내내 비가 와서 습도로 인해 축축해진 이불 위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이젠 정말로 에어컨을 종일 틀어야 하는 계절이 되어버렸네.
아이에게 노란 우비를 입히고, 분홍색 마이멜로디 우산을 들려 등교 시켰다.
어느덧 아이는 자라서 현관에서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다.
창밖으로 총총총 걸어가는 아이의 걸음을 눈으로 따르며 안도했다.
며칠 째 창밖은 내내 잿빛이라 계절을 실감하지 못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지난 주말 시장에서 사온 천도복숭아 몇 알을 씻었다.
그 중 엄지로 꾹꾹 눌러 살갗이 푹 꺼지는 놈부터 골라 베어문다.
얇은 껍질을 이로 터트리면 시원하고 달큰한 과즙이 입안에 와앙 밀려온다.
비로소 여름이다.
지난 5월 브런치북을 마감한 이후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남깁니다.
다들 시작된 여름을 잘 나고 계신가요?
저는 작성해 두었던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편집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열심히 운동하고, 산뜻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건강도 잘 챙기고 있습니다.
팔에 링거를 꽂은지 1년이 넘어가고 있네요.
매년 몇 번씩이나 병원신세를 져왔던 제게는 요즘이 매일 기적같은 일상입니다.
마음도 어느때보다 잔잔합니다.
늘 울것 같은 마음으로 글을 써 왔는데 이토록 마음이 얌전한 때에는
어떤 것을 기록해야할까 생각해봅니다.
어느 별에서 탈출해 안전한 곳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제가 빚어둔 글을 읽어주신 덕입니다.
이제 다시 어떤 이야기를 또 시작해봐야겠지요.
저는 매일 나아지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