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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모래성을 쌓는 사람

by 김윤담

내 인생 전반을 아우르는 늘 견디기 어렵고 힘든 감정이 있다.


'수치심'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 자신의 잘못이나 결함이 드러났을 때 느끼는 창피하고 부끄러운 감정


글쎄, 살면서 크게 잘못된 행동을 하며 살지는 않았는데도 늘 수치심에 휩싸인 채 사는 것 같다. 아주 행복하거나 안정적인 순간에도 내 안에 수치심은 분명 있다. 조금 있다가 파도가 밀려와 모든 걸 흔적조차 없애버릴 것만 같다. 그리고 해변에 나 혼자만 덩그러니 남아있을 것 같다. 아주 수치스럽게, 민망하게...


그럼에도 나는 성실하다. 계속해서 모래성을 쌓는다. 울면서 모래를 그러모은다. 부끄러워 울면서도 멈추지 못한다. 왜냐하면 나는 못난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거다. 꾸역꾸역 앉아 매일 글을 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그래야만 한다.


많이 읽지 못하면서 쓰기만 하는 것도 늘 부끄러웠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그거라도 해야 사는 것 같았으니까. 식구들이 회사로, 학교로 간 조용한 집에서도 난 수치스럽다. 끊임없이 나의 쓸모와 효용을 갈구한다. 주부로서 사는 일도 가치 있다고, 좋다고 느끼지만 그것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


현명한 아내이자, 다정한 엄마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만 나는 역시 '나'여야만 한다.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금세 둥지를 떠날 것이다. 잘 떠나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나는 무엇으로 살아야 할까. 아이를 위해 살았다고, 아이가 나의 인생이었다고 말하지 않기 위해 나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요즘 내 머릿속엔 이러한 물음표가 가득하다.


아직 젊으므로 살 날이 많이 남았다는 것이 어쩌면 다행이지만 남은 생이 너무나 아득해 두렵고, 잔인하게마저 느껴진다고 하면 건방진 마음일까. 아이 키우는 일보다 나를 키우는 일에 더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사는 동안 나를 지배하는 '수치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유년의 기억으로부터 많이 떨어져 나왔다고 믿지만 이미 잠재된 감정은 여전히 나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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