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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엄마와 할 수 있는 것

by 김윤담

미뤄뒀던 여름 의식을 하나 끝냈다. 바로 셀프 페디를 한 것이다. 벌써 날이 더워져 샌들을 신기 시작한 지 꽤 됐지만 귀찮다는 핑계로 미루다 오늘에야 마음을 제대로 먹었다. 짙은 브라운 색의 페디스티커를 붙인 뒤 탑젤을 발라 구우면 어쩐지 초라하던 발가락에 생기가 돈다.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꼬맹이는 집에 오자마자 내 발끝의 변화를 읽었다.

"엄마 매니큐어 발랐네? 나도 해줘."

"넌 나중에 어른 되면 해줄게."

"왜? 지금 해줘~"

"이건 그냥 매니큐어랑 달라서 어린이들한테는 안돼."

"그럼 나 어른 되면 해줘."

"알았어. 얼마든지~"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했는데도 어른이 되면 해준다는 공수표에 딸의 얼굴은 금세 환해졌다.

"나 막 보석 박힌 거, 반짝거리는 걸로 해도 돼?"

"그러셔~"

"빨리 어른 되면 좋겠다."

"나도~ 네가 어른 되면 나랑 재밌는 거 더 많이 할 수 있겠다."

"어떤 거?"

"같이 커피 마시고, 맥주 마시고, 오징어 게임 같은 어른들만 볼 수 있는 드라마도 막 같이 보고, 여행도 가고 많지. 노키즈존도 당당하게 갈 수 있다!"

"아 진짜 나 빨리 어른 되고 싶다."


어른이 된다는 게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니지만 아직 아이에게 어른은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인가 보다.

너는 어떤 어른이 될까. 어른이 된 세상을 넌 살만하다고 느낄까. 모든 것이 너무 부족하거나 버겁지는 않을까. 생각하다 보면 또 부정적인 쪽으로만 쏠린다.

그러나 지금의 나를 생각해 보면 난 어떤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인생의 어떤 순간들을 결국은 지나왔다. 아이에게도 그런 순간들은 분명 올 것이고, 또 넘어지고 일어나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겠지. 미리 걱정하지 말자.


꼬맹이랑 페디큐어 얘기 하다가 아이 인생경로 걱정으로 끝나는 엄마의 사고흐름이란....


202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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