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담을 틀을 먼저 만들고 글을 채운다
육하원칙(5W1H)
글쓰기에 관하여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육하원칙에 따라 글을 쓰는 것입니다. 너무 많은 생각이 동시에 떠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런 생각이 시작되지 않기도 할 때 육하원칙을 일단 채워보는 것이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입니다. 언제(when), 어디에서(where), 누가(who), 무엇을(what), 왜(why), 어떻게(how) 했는지 일단 써보는 거죠. 2단계 글쓰기의 1단계에서는 생각을 자유롭게 넓히고, 2단계에서는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갖는 것입니다. 육하원칙은 5W1H은 생각을 넓힐 때 사용할 수도 있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주제에 관하여 5W1H의 빈칸을 일단 만들어놓으면 그 빈칸을 채우게 됩니다. 그렇게 채워진 생각들을 내가 원하는 형태의 글로 정리하는 것이죠. 가령, 창의성에 관한 글을 쓴다고 생각해볼까요? 창의성에 관한 글을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요? 약간 망막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럴 때에는 창의성에 관한 육하원칙 5W1H을 한번 채우고 생각해보세요.
- What 창의성: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창의성이란..… 이다”의 형태로 유명인사들이 했던 명언은 어떤 것이 있나?
- Why 창의성: 왜 창의성이 필요한가?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창의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 Who 창의성: 창의적인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어떤 특징을 갖는가?
- When 창의성: 창의성은 언제 발현되는가? 어떤 때에 창의성이 필요하나?
- Where 창의성: 창의성은 어디에 숨어있는가? 어떤 장소에서 창의성이 가장 왕성하게 일어나나?
- How 창의성: 창의성은 어떻게 발휘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창의적인 사람이 될까?
이렇게 빈칸 채우기를 하다 보면 창의성에 관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우리는 간단하게만 썼지만, Who라는 칸에 “유태인들이 창의성을 발휘해야 받을 수 있는 노벨상을 많이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세부적인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When이라는 칸에서는 “르네상스 시기에 인류의 창의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기도 할 겁니다. 이렇게 육하원칙 5W1H을 채우며 생각을 펼쳐보시고 그런 생각들 중 내가 글로 옮길만한 것을 골라서 글로 정리하면 좋습니다.
박스를 그리면 채우게 된다
글쓰기는 자유에서 시작하여 질서를 잡는 과정입니다. 자유롭게 생각을 펼치며 다양한 생각의 여행을 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얻은 생각을 내가 목적하는 방향으로 정리하며 질서를 잡는 것이 바로 2단계 글쓰기입니다. 그런데 자유가 너무 많으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할지 몰라 오히려 불안해하고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도입하는 것이 육하원칙과 같은 ‘공식’입니다. 자유를 일정부분 제한하고 중간 단계에서 시작하여 바로 질서를 잡는 것이죠.
프레임워크(framework)라는 것이 있습니다. 경영컨설턴트들이 주로 활용하는 방법인데, 어떤 틀을 갖고 그 틀에 맞춰서 생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뼈대를 갖고 그것에 맞춰서 생각하는 것이죠. 틀을 갖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유용합니다. 이것을 글쓰기에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프레임워크를 글쓰기에 활용한다는 것은 어떤 구조를 미리 정해놓고 그 구조에 맞게 글을 채우는 것입니다. 육하원칙이 바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육하원칙으로 글을 쓸 때 우리는 5W1H의 빈 칸 6개를 그리고 그 빈칸 채우기를 했습니다. 5W1H가 글을 쓰는 프레임이 된 것이죠. 글을 쓰는 프레임은 5W1H만 있는 건 아닙니다. 다양하게 있을 수 있고, 내가 상황에 따라 만들어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소개서를 쓴다고 가정해볼까요?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서 자유롭게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며 글감을 펼치고 그것을 정리해야 합니다. 자기소개를 하는 것에는 어떤 제약이 없습니다. 자신이 쓰고 싶은 데로 쓰면 되죠. 사실은 그래서 더 막막합니다. 형식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주저하게 됩니다. 너무 많은 자유가 처음에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는 막막함을 주는 것이죠. 이럴 때에는 자신의 자유를 스스로 약간 제약해보세요. 자유를 약간 포기하는 겁니다. 그 방법은 바로 어떤 구조를 생각하고 그 구조대로 써보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훨씬 마음 편하고 쉽게 글을 쓰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자기소개를 할 때, “현재 과거 미래의 순서로 나를 소개하자”라고 정해보면 어떨까요? “현재는 어떤 일을 하고 있고, 과거에는 어떻게 살았고 앞으로 미래에는 무엇을 계획하고 있다”는 순서로 이야기하기로 정하는 겁니다. 자신을 소개하는 이야기의 순서만 이렇게 정해도 훨씬 쉽게 자기소개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해놓고 다음과 같은 칸을 그리고 나면 이제 빈칸 채우기만 해보세요. 빈칸에 메모하듯이 자신의 정보를 넣고 나서는 그것을 문장으로 정리하면 자기소개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조를 먼저 만들고 글을 쓰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글의 구조는 내가 만들어도 좋고, 다른 사람이 쓴 글의 구조를 그대로 모방해도 좋습니다. 글의 내용을 베끼면 문제가 되지만, 글의 구조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구조가 있습니다. 그런 구조를 공식처럼 생각하고 그 공식을 활용하셔도 좋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3의 법칙, 오레오(OREO) 법칙 그리고 좀 전의 육하원칙(5W1H)이 모두 정해진 구조에 맞게 글을 쓰는 프레임워크를 활용한 글쓰기입니다. 구조를 만들고 그 구조의 빈칸을 채우듯이 글을 쓰는 것이죠. 이렇게 빈칸을 만들고 그 빈칸을 채우는 방식이 글쓰기를 ‘박스(Box)의 법칙’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박스를 그리고 그 박스에 내용을 채우는 것으로 글쓰기를 시작한다는 것이죠.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박스든, 내가 생각한 박스든 일단 적당한 박스를 그려보세요. 박스를 그리면 그 박스의 내용을 채우게 됩니다.
박스 만들기
글을 쓸 때에는 구조를 먼저 생각하고 써보세요. 박스를 먼저 만들어보는 거죠. 다른 사람이 쓴 구조를 그대로 가져와도 좋습니다. 때로는 내가 글의 구조를 만들어도 좋습니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순서로 이야기를 한번 소개하겠습니다”라고 자신이 구조를 만들어서 제시해보는 겁니다. 그 구조가 글을 읽는 사람에게 호감을 갖게 하고 글의 개성을 살리기도 합니다. 가령, 제목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란 영화가 있었습니다. 당시 이 영화의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글을 쓸 때 구조로 활용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것과 관련해 좋은 점, 나쁜 점, 특이한 점을 한번 찾아봤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면 글을 썼죠.
이렇게 3개의 빈칸을 만들고 각각의 칸 채우기를 한 후, 그 형식으로 사람들에게 내용을 소개했었습니다. 이상한 점이라고 하면 약간 부정적인 어감을 가질 수 있어서 특이한 점이라고 바꿨습니다. 지금 이야기한 ‘좋은 점, 나쁜 점, 특이한 점’을 글쓰기의 박스로 활용하시면 좋습니다. 가령, 책을 읽고 서평을 쓰거나 또는 누군가에게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쓴다면 “이 책에서 ‘좋았던 것, 부족하게 느꼈던 것, 흥미로웠던 것’을 적어보겠습니다”라고 시작하면 3개의 빈칸을 그리고 내용을 채운 후에 글로 정리하는 것이죠.
글의 구조는 글을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부터 구조가 잡히지 않는다고 고민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쓰려고 하는 글을 구체적으로 써보면서 구조를 잡으면 됩니다. 가령, 성공한 사업가가 어떤 자리에서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연설을 부탁 받았다면 그는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요? 좋은 말을 위해 연설문을 써야 할 겁니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한번 메모해보고, 자신의 스토리도 한번 시간 순서대로 떠 올려볼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을 펼쳐보다가 평소에 생각했던 어떤 구조가 있어서 그렇게 생각이 정리된다면 그렇게 쓰면 됩니다. 만약, 도무지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럴 때에는 ‘비슷한 글을 다른 사람들은 어떤 구조로 썼는가?’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가령, 미국 대학교의 졸업식에서 유명인사들은 어떤 이야기를 했는가 살펴보는데, 내용이 아닌 구조를 보는 겁니다. 어떤 구조로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했는지 살펴보고 그 구조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골라 나의 글쓰기에 적용하면 되겠죠.
박종하
mathian@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