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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하 Jun 08. 2021

10. 글쓰기의 진화론

자신의 글을 더 좋은 글로 수정하고 고쳐쓴다

글은 성장하고 진화한다

생각과 글은 성장하고 진화합니다.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성숙되고 글이 더 좋아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어떤 정보를 추가로 얻은 것도 아니고, 생각을 의도적으로 집중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관심을 갖고 시간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내 생각이 성숙되고 내 글이 좋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가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아도 키가 크고 몸이 성장하는 것처럼 생각과 글도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합니다. 오늘 쓴 글을 몇 일 후에 다시 봐보세요. 글이 스스로 진화하고 성숙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숙성

아이디어 만들기와 글쓰기의 공통점 중 하나는 숙성시키며 더 좋은 것으로 변화시키고 진화시키는 겁니다. 창의력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보고서를 보면 일 처리를 뒤로 미루는 행위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더군요. 빠르게 바로 처리하는 것보다 일을 뒤로 미루고 나중에 하는 습관이 더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든다는 것이죠. 일을 미루면 그 일에 대하여 특별하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도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내 무의식이 그것에 대하여 생각하고 고민하는 겁니다. 미루고 나중에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시각을 갖고 다른 방향에서 주제에 접근하게 되어 다양하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 더 풍부한 생각을 갖게 되는 겁니다. 이것은 글을 쓸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쉽게 잘 써진 글이어도 그 글을 바로 사람들에게 발표하지 말고 일단 한번 서랍에 넣어둬 보세요. 컴퓨터의 폴더에 일단 담아 놓아만 보세요. 그리고 몇 일 후에 다시 읽어보는 겁니다. 단지 시간을 두고 봤을 뿐인데 글에 대하여 고치고 수정하고 싶은 것이 생깁니다. 그런 고쳐 쓰기를 통하여 내 글을 더 좋아지는 것이죠. 이러한 과정을 숙성이라고 합니다. 아이디어의 숙성, 글의 숙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죠. 시간을 투자하여 음식의 재료를 숙성시키고 숙성된 재료를 통하여 맛있는 요리를 하는 것처럼, 생각을 숙성시키고 글을 숙성시키는 시간 투자가 필요합니다. 


저는 고정적으로 원고를 쓰는 곳이 있습니다. 한 달에 한번씩 약속한 날짜에 원고를 보내야 합니다. 언제부턴가 저는 보내야 하는 날짜보다 1주일 정도 앞당겨진 날짜를 달력에 표시했습니다. 원고의 마감일을 스스로 앞당긴 것이죠. 그리고 내가 정한 날짜에 원고를 완성하면 일단 그 원고를 바로 담당자에게 보내지 않고 그냥 노트북에 저장만합니다. 원고가 아무리 마음에 들게 잘 써져도 그냥 저장만합니다. 그리고 몇 일 후에 다시 보는 거죠. 그렇게 다시 보면 사소하더라도 좀 더 새로운 아이디어가 덧붙여지기도 하고 원고를 더 업그레이드하게 됩니다. 


우리는 빨리빨리 일 처리하는 것이 유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면하고 성실한 것은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조금 다르게 한번 해석하면 좋겠습니다. 정해진 기성품을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듯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독창적인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처럼 한번 생각해보시죠. 창의적인 글쓰기는 예술가의 마음을 조금 갖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더 많이 하는 것보다 독창적이고 완성도 높은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죠. 공장에서 단순노동을 하는 것이 아닌, 창의적인 작품을 남기는 예술가의 마음을 갖는다면 시간을 가지며 숙성시키는 것이 더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는 것일 겁니다.



좋은 글의 조건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글쓰기 명언을 소개합니다. 


"짧게 써라. 그러면 읽힐 것이다.

명확하게 써라. 그러면 이해될 것이다.

그림같이 써라. 그러면 기억될 것이다."

-  미국의 언론인, 조지프 퓰리처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도, 문학, 음악상인 퓰리처상의 조셉 퓰리처의 명언입니다. 유명한 사람들의 글쓰기 명언을 하나씩 기억하는 것도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명언은 아주 중요한 내용을 매우 함축적으로 표현한 겁니다. 실제로 글을 써보면서 경험한 작가들의 글쓰기에 관한 명언을 찾아서 기억해보세요. 위의 조지프 퓰리처의 명언은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의 말대로 글은 짧고 명료하게 써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이 읽고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과거보다 지금은 읽을 것이 너무 많습니다. 책만이 아닌 SNS 등을 많이 소비하는 요즘 사람들은 확실히 많은 정보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내가 글을 쓰는 것보다 상대방이 그것을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글이 살아남아야 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짧고 명쾌하게 써야 합니다. 


글쓰기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대단하고 멋진 글을 쓰려는 마음입니다. 너무 멋진 글을 쓰려고 하면 잘 써지지도 않고 때로는 부담스럽고 부자연스러운 글이 되기도 하죠. 일반인들이 골프를 칠 때 “오늘은 진짜 좋은 스코어 한번 올려야지!”라고 작심을 하고 각오를 다지면 그런 날은 오히려 최악의 성적을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 친구들이 옆에서 한 마디 하죠. “힘 빼!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네” 일반인들은 몸에 힘을 잔뜩 넣어서 골프채를 휘두르는데, 프로 선수들은 몸에서 힘을 빼는 것을 강조합니다. 골프만이 아닌 대부분의 스포츠가 몸에서 힘을 빼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몸에서 힘을 빼고 운동을 하듯이 글을 쓸 때도 마음의 힘을 빼고 써야 합니다. 사실, 힘을 넣을 때가 있고 힘을 뺄 때가 있습니다. 글을 내용과 표현으로 나눠보면, 내용을 만들 때에는 힘을 넣어야 합니다. 좋은 내용을 쓰기 위해 고민하고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그렇게 내용이 구성된 후에 그것을 표현할 때에는 가급적 힘을 빼는 것이 좋습니다. 힘을 빼라는 말이 고민하고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너무 욕심부리지 말라는 뜻입니다. 내용에는 욕심을 부려도 표현에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멋진 표현 대단한 문장을 구사하겠다는 생각이 오히려 어색하고 자신과 다른 엉뚱한 글을 쓰게 하며 글쓰기를 힘들게 하니까요. 



글쓰기 조언

오랫동안 글을 써오신 몇 분에게 좋은 글과 나쁜 글의 차이에 대해 질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몇 분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니 다음과 같이 기억해야 할 것이 추려지더군요. 보시고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글을 쓸 때 그렇게 쓰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① 화려하고 많이 아는 것처럼 쓰지 않는다. 쉽고 단순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쓰자 

     ② 결론을 먼저 제시하고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 설명을 붙이자. 

     ③ 짧고 단순하게 쓰자. 군더더기를 붙이지 말자.

     ④ 사람들은 스토리텔링을 좋아한다. 적절한 비유도 활용하자. 

     ⑤ 문어체보다는 구어체로 말하듯이 쓰자.

     ⑥ 일반적인 이야기는 뻔한 이야기가 된다. 나만의 생각이 담긴 이야기를 하자. 

     ⑦ 그러나, 그런데 등의 접속사는 가급적 사용하지 말자. 사용하지 않아도 의미가 충분히 전달된다.

     ⑧ 한 문장에는 하나의 사실만 언급하자. 두 개의 사실을 이야기하려면 두 문장으로 쓰자.

     ⑨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모호한 표현은 쓰지 말자.

     ⑩ 통계와 같은 숫자를 활용하여 글의 신뢰를 높이자. 

     ⑪ 시작과 끝을 한번 더 신경 쓰자. 

     ⑫ 쓰고 나서는 자신이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자


저는 쉽고 흥미롭게 글을 쓰는 것이 항상 목표입니다. 어려운 것을 쉽게 설명하고, 단순한 것이어도 흥미롭게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렇게 ‘쉽고 흥미롭게’ 쓰는 것을 목표하며 그런 의도를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글은 좀 더 쉽고 흥미로워진다고 생각합니다. 


박종하

mathia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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