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지른 말이 현실이 되기까지
퇴사를 준비할 무렵이었다. 퇴사 소식을 전해들은 지인, 친구들에게 연락이 와서 열심히 만나고 다녔다. 어렵게 들어간 괜찮은 직장을 1년만에 나오는지 물어보는 친구들의 표정에서 약간의 걱정, 불안감, 안쓰러움 등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괜찮다며, 헤어질 때가 되어 헤어지는 것 뿐. 서로 좋은 타이밍에 잘 헤어진 것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한 모임에서 친구들이 물었다.
"그럼, 이제 다음 계획은 뭐야?"
"음... 구체적인 계획이랄 건 없고, 이루고 싶은 목표는 있는데!"
"그게 뭔데?"
"월 천만원 벌어보기!"
현장에 있던 모두가 약간 놀랐다. 사실 저 말을 뱉은 나도 놀랐다.
저 때만 해도 사업이나 비즈니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고, 당시 유튜버 신사임당이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월 천만원 수익'이 하나의 트렌드 키워드가 되던 시기였다. 나는 이 키워드에 세뇌되어(?) 무의식으로 '아, 나도 월 천만원 한 번 벌어보고싶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입 밖으로 내뱉어 버린 것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무모한 다짐이었다.
그런데 저 말을 내뱉던 내가 꽤 진지해보였던 탓일까?
그 누구도 헛소리로 치부하지 않고, 날 응원해주기 시작했다.
"진짜 너라면 가능할 것도 같아. 응. 천 만원 벌 것 같네."
그리고 실제로 반년 뒤, 개인사업자를 내고 두 번째 달 매출 천만원을 달성했다. 엉겁결에 뱉은 말이 일종의 다짐이 되어, 실제로 이뤄진 셈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리고, 왜 "월 천 만원"이었을까?
앞서 말한 것 처럼 당시에 유튜버 신사임당의 '스마트스토어로 월 천만원 벌기'가 큰 화제가 되었다. 유튜브에서도, 클래스101에서도 스마트스토어 등을 활용한 무자본창업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개인이 회사에 다니지 않고도 월 천만원을 벌 수 있다는 사례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게 용기를 주었다. '나도 스마트스토어로 월 천만원 벌어야지!' 이런 마음은 없었지만, 퇴사해서 프리랜서로 월 천만원을 번다면? 와... 너무 멋질 것 같았다. 내 스스로의 시장가치를 입증하는 것이니까. 이렇게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고 몸값을 올린다면, 다시 취업할 때도 분명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뱉은 말의 효과는 굉장했다. 월 천만원 선언 이후 내 모든 관심은 프리랜서, 개인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 쏠렸다. 어쩌면 퇴사 후 마땅한 계획이 없어서 헤멜 수도 있는 시기에, '월 천만원 수익'은 분명한 마일스톤이 되어주었으며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상당한 동기부여를 받았다.
내가 "월 천만원을 벌어 보겠어!"라고 말한 순간, 내 정체성은 '월 소득 천만원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마인드셋 자체가 달라져버린 것이다. 월급을 받을 때는 결코 입에 담을 수도 없고 생각도 불가능하던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 것이다.
만약 퇴사를 앞두고 있거나, 프리랜서 혹은 개인사업자를 준비하고 있다면 한 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지?
그것을 사람들에게 말한다면 어떨 것 같은지?
혹시 그 목표가 불가능해보이거나, 무모해보여도 한 번 말해보자.
그렇게 내뱉은 말이, 새로운 목표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