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꼬인걸까?
학창시절, 내 별명은 '거지'였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아버지의 사업 실패, 그로 인해 기운 가세. 보통은 무릎을 꿇었다 추진력을 얻기도 하지만 우리집은 안타깝게도 해당사항이 없었다. 부모님들은 내가 학교에서 어떤 놀림을 받는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먹고 살기 바빴기에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지금은 이해하지만.
그래서 어릴 때 부터 난 결심했다. 어떻게든 이 집구석을 벗어나야지. 마치 최근 종영한 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막내 인혜처럼 학창시절 내내 그 궁리를 했다.
답은 공부였다. 어느정도 공부 머리가 있었고,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고등학교 시절 안정된 심신으로 성적을 올렸고 그 결과 서울의 4년제 대학에 입학했다. 고향인 대구와는 이제 안녕. 나는 서울에서 살거야. 안 내려올거야. 그렇게 10대 내내 꿈꾸던 서울 라이프가 시작되는 것 같았으나...
"아들, 나 암이야."
아버지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위암 4기 판정. 나는 군대도 안간 스물 둘이었다.
휴학을 하고 닥치는 대로 알바를 뛰었다. 내 생활비와 아버지 생활비를 동시에 마련하려다 보니, 휴학 기간은 점점 더 길어져갔다. 동기들이 어느덧 취업준비를 하기 시작했지만, 내겐 졸업도 너무 머나면 목표였다.
미루고 미루다 늦게 군대를 다녀왔다. 제대를 하고 1년 후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냈다. 내게 남은 건 정리해야 하는 아버지의 빚. 주변에는 도와달라고 할만한 어른도 마땅치 않았다.
인생이 너무 매웠다. 하지만 매운 인생덕분에 맷집이 세진걸까? 이미 바닥이라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스로에게 '이제 올라갈 길만 남았다'고 암시를 걸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아버지를 보고 절대 하지 않겠다고 한 사업을 하고 있다. 물론 소소한 개인사업자다. 그래도 작년에는 매출액이 억을 넘겼다. 심지어 첫 해였다. 지금 내 인생도 가끔씩 맵긴 하지만, 6년전을 생각하면 참 많은 것이 변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인생은 절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진짜 나한테 왜 그랬을까 싶다. 하지만, 그 덕분에 오만가지 경험을 다 할 수 있었고, 그게 내 새로운 돌파구가 되어주기도 했다.
인생이 꼬인 덕분에 오히려 독특한 나만의 커리어를 얘기해보려고 한다.
지금부터 내가 할 얘기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망했네? 오히려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