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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인사업자 장감독 Oct 17. 2022

작다고 무시하지마.

하는 일은 더 많으니까

졸업을 앞둔 스물 아홉, 새벽에 한국과 멕시코의 월드컵 경기를 챙겨봤다. 손흥민이 골을 넣었지만 경기는 패배했고, 그 마음을 달래고 싶었지만 딱히 달랠 수 없었다. 아르바이트가 아니면 딱히 하는 일이 없었던, 다소 무기력했던 시기였다.


아르바이트, 군 입대, 아버지 병간호로 쏟은 시간이 어느덧 9년이나 지나있었다. 남들처럼 공부해서 취직을 준비하기에는 돈도 없었고, 나이도 많았다. 정상적인 취업 시장에서의 경쟁에선 이미 낙오자가 될 것 같았다. 무력했다.


그러던 와중 경기도의 한 도시에서 청년정책의 일환으로 만든 청년공간의 매니저를 모집한다는 것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전공과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안정적인 직장도 아니었으며 서울이 아닌 경기도에서 일을 해야한다는 점이 좀 걸리긴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하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걸 알기에, 매니저 일에 지원했고 다양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나를 공간에서 잘 봐주신 덕분에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공간으로 첫 출근 한 날. 공간은 매우 작았다. 의자에 15명, 4개의 책상을 치우면 30명 정도가 빽빽하게 앉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 당시 오가는 방문객도 아주 많지는 않았다. 여기서 뭘 해야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작은 공간에서 해야할 일이 아주 많았다. 매니저가 해야할 일은 '공간 사업 기획 및 공간 운영'이었다. 쉽게 말하면 공간에서 벌어지는 A to Z가 모두 내 손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간을 열고 닫으면서 하는 청소, 방문객 예약 및 관리 등 단순한 업무부터 지역의 청년정책과 연계되는 사업 기획, 그리고 가장 어려운 난이도인 보조금 예산 관리까지. 나는 공간 운영자이면서 기획자, 그리고 공간의 돈을 관리하는 경리(?) 업무까지 다양한 페르소나를 소화해야 했다.


혼자서 다양한 일들을 동시 다발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신나기도 했다. 내가 여러 노력을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다양한 사람들이 공간에 찾아오고, 청년 정책 분야에서도 내가 운영하는 공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공간 자체 사업을 통해 지역에 있는 청년예술가들을 만나기도 하고, 평소에 내가 만나고 싶었던 인플루언서들을 초대해 강연을 기획하기도 했다. 때로는 길거리에 서서 청년예술가들의 공연을 직접 소개하며 시민들과 만나고, 이런 성과들을 다른 지자체에서 찾아온 청년들에게 공유하고 나도 그들에게 배우며 관계를 쌓아갔다.


그렇게 일 년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나는 지역에서 꽤 인정받는 청년 기획자이자 실무자가 되어있었다. 사람들이 내가 운영하는 공간의 의미를 이해해주기 시작했고, 나도 지역에 점점 더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경험들 덕분에 추후 중앙일보 폴인의 초대 커뮤니티 매니저로 이직을 할 수 있었다.


혹시 내가 있는 곳의 규모가 너무 작아서 불만이라면 조금 생각을 바꿔보자. 그만큼 내 영향력이 커질 수 있고, 주도적으로 일을 하면서 더욱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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