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의 스노우볼링이 시작됐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로 유명해진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스노우볼'.
눈덩이가 굴러가면 더 커지듯, 게임에서 초반의 선택 하나가 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표현하는 단어다.
내 커리어에도 스노우볼이 굴러가기 시작한 순간이 있었는데, 바로 계약직으로 방송국에서 일했을 때다.
군 제대 후 스물 여섯, 아르바이트는 너무 많이 해서 지겨웠고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마침 그 당시 한 방송국의 온라인 콘텐츠팀에서 출산 휴가의 대체 인력을 뽑고 있었다. 조건은 4개월 계약직, 월급은 150만 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경험만 많고 전공과 관련된 일 경험이 거의 없었던 나는 계약직이라도 그 일을 꼭 해보고 싶었고, 간절함이 통했는지 나보다 관련 경험이 많았던 경쟁자들을 뚫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권한이 거의 없다 싶은 나에게 새로운 일을 맡겨주셨고, 하지만 성과가 나기에는 시스템이나 지원이 미비했다. 그리고 초반엔 같은 팀 선배들의 견제도 꽤 심했던터라 마음 고생도 어느정도 있었다.
이런 어려움을 감수하고도 나는 이 당시 계약직으로 일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왜냐햐면 이 때 커리어에서 정말 도움이 되는 큰 자산을 얻었기 때문.
그 자산은 바로 '페이스북'이었다.
이 당시 나를 채용한 팀장님은 그 당시 경험은 적었지만 당돌하고 일에 꽤 진심이던 내 태도를 마음에 들어하셨고, 커리어에 도움이 될만한 여러가지를 가르쳐주셨다.
특히 내게 페이스북에서 이 사람들을 팔로우해보라며 한 목록을 건네주셨는데, 그 때 업계에서 꽤 중요한 스피커로 역할을 하고 있던 기획자, 실무자, 인플루언서, 교수님 등 다양한 분들이 포함되어있었다. 이 분들을 팔로우하고 포스팅을 보다보면 트렌드와 필요한 지식을 자연스럽게 얻게 될거라는 의도셨다.
팀장님의 말을 잘 듣던 나는 최대한 많은 분들께 친구추가를 보냈고 열심히 그 분들의 포스팅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3년 뒤, 페이스북을 통해 중앙일보에서 '폴인'이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과 그 팀의 팀장님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폴인으로의 '이직'으로 이어지는 단추가 되었다.
그렇게 페이스북 덕분에 업계에서 멀어질 뻔 했던 나는 다시 내 전공과 관련된 업계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 때 계약직으로 방송국에서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계약직이라도, 내가 직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그것이 당신의 커리어를 어떻게 바꿀지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