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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인사업자 장감독 Oct 17. 2022

알바인생, 취직은 대체 어떻게 하지?

아르바이트는 커리어에 도움이 될까?

서울 4년제 대학 합격. 

이 때만 해도 꿈꾸던 서울 라이프가 펼쳐질 것 같았지만, 현실은 아르바이트가 아니면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원래도 집에 돈이 없어서 지원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아버지까지 암투병을 하는 바람에 내 생활비와 가족 생활비를 같이 마련해야했고 그렇게 시작된 알바인생.


첫 아르바이트였던 편의점 야간을 시작으로, 정말 다양한 일을 해봤다. 프랜차이즈 카페, 콜센터, 택배 상하차, 홀서빙, 전기장판 포장, 자동차 부품 검수, 냉동만두 공장... 피지컬 이슈(이 때는 정말 말랐고, 힘도 약했따)로 노가다를 제외하고 가능한 아리바이트는 다 해본 것 같다. 스물에서 스물 아홉, 9년 중 군복무를 제외하고는 아르바이트를 쉰 적이 없었다. 


취직 준비도 당연히 사치였다. 나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는데, 동기나 선배들은 대부분 언론고시를 준비하며 PD, 기자의 꿈을 키워갔다. 내 꿈은 뭐였을까? 바로 '무사히 졸업'이었다. 


우여곡절끝에 10년이란 시간이 걸려 졸업장을 받았다. 내 나이 서른. 지금부터 취직을 준비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작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처음으로 직장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은 졸업으로 부터 4년 전인 스물 여섯, 군 제대 후 한 경제 방송국의 온라인 콘텐츠 팀이었다. 나는 출산휴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4개월 계약직 신분이었다. 


직장생활은 꽤 매웠다. 나의 입사 전부터 그 팀은 직원들끼리 똘똘 뭉쳐있었고, 출산휴가를 떠난 분을 잠시 대체하러 온 내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막내였고, 혼자 남자였던 나의 기를 팍! 누르기 위해 모두 단단히 준비를 하고 계셨다.


하지만 수 년간 알바를 하며 내 맷집은 꽤 단단해져있었다. 때로는 이슈에 정면 돌파를 하기도 하고, 선배들에게 넉살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내게 주어진 일도 책임감 있게 해냈다. 알바를 하면서 몸으로 체득한 것들이었다. 


아르바이트 현장이라고 사회생활과 다를게 없다. 내가 한 것은 내가 했다, 아닌 것은 아니다 분명히 말할 줄 알아야 억울한 손해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딱딱하게만 굴면 사람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인간관계는 조금 유하게 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역할은 분명히 할 줄 알아야 무시당하지 않는다. 


이 원칙을 직장생활에도 적용하며 지내다보니 어느덧 선배들의 마음은 누그러져 있었고, 나는 조직에서 나름 인정을 받아 4개월 더 계약 연장을 할 수 있었다. 아마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지 않았다면, 그 조직에서 생각보다 더 오래 있었겠지.


그 이후 졸업을 하고, 서른살에 중앙일보 폴인에 커뮤니티 매니저 직군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서른에 1년차 주니어가 되었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회생활은 처음이 아닌, 어느정도의 노련함이 있는 '중고 신입'이었다.


그 당시 폴인은 스타트업처럼 일을 알아서 찾아야했고, 주니어를 위한 온보딩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미 나름의 짬바(?)가 있는 내게 조직에 적응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고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1년간 폴인에 있으면서 일적으로 많이 성장할 수 있었고, 이 때의 시간이 향후 커리어에 아주 중요한 초석이 되었다.


혹시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우울한 마음이 든다면, 너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싶다. 아르바이트도 분명한 사회 생활이고, 이후 직장을 다니든 아니면 창업을 하든 거기서 마주하게 될 경험의 연습을 제공하는 곳이다. 


그리고, 세상에 쓸데 없는 경험은 없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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