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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인사업자 장감독 Oct 19. 2022

일에 이렇게까지 진심이라고?

워커홀릭 정글 속에서 성장하기

경기도의 작은 청년 공간에서 중앙일보 폴인으로 이직에 성공했을 때, 정말 벅찬 기분이었다. 콘텐츠 업계로 들어오다니! 내가 꿈꾸던 커리어가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중앙일보 폴인은 지식 콘텐츠를 단건으로 발행하던 시기를 지나, 지금은 멤버쉽 구독 형태로 영감이 되는 다양한 아티클을 만나볼 수 있다.


폴인 fol:in - 성장의 경험을 나눕니다. (folin.co)


내가 입사했을 당시에는 구독 모델이 들어오기 전이었고, 단건으로 판매하는 지식콘텐츠 외에 다소 고가의 오프라인 상품이 있었다. 바로 비즈니스 리더들이 전하는 인사이트를 현장에서 공유하는 '스터디'였다. 나는 그 스터디의 총괄 운영을 맡는 매니저였다.

폴인은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오프라인 '스터디'를 운영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

폴인은 언론사에 소속된 하나의 팀이었다. 그런데 내부에서 일하는 분위기는 별도의 스타트업 같은 느낌이었다. 약 열명 정도의 인원으로 이루어진 팀은, 정말 쉴 틈 없이 일했다.


일단 위에 팀장님과 부팀장님 두 분이 상당한 워커홀릭이었다. 이 당시 워라밸이라는 키워드가 한창 트렌드였는데, 밸런스가 아닌 워크와 라이프가 일치하는 삶을 살고 계신... 이 두 분은 현재 콘텐츠 업계에서 가장 힙한 서비스인 롱블랙 LongBlack 을 운영하고 계신다. 나의 커리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른 팀원분들도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상당했는데, 일단 폴인 콘텐츠를 만드는 핵심 인력인 에디터 대부분이 당시엔 업력이 약 20년에 달하는 내공이 상당한 기자 선배들이셨다. 


마케팅팀에 있던 마케터는 혼자서 마케팅 이벤트 기획부터 데이터 분석, 그로스 마케팅까지 혼자서 다 해내는 엄청난 일당백이었다(현재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서비스와 디자인 팀 역시 모두 상당한 프로페셔널.


그런데 문제는 나만 주니어라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군은 당시에도 상당히 생소했던 직군이라, 배우고 따라 할 만한 사수가 없었다. 내가 알아서 성장해야 했다.


그렇다고 나의 성장을 가만히 기다려주는 환경도 아니었다. 스타트업처럼 일하는 만큼 당장 해내야 할 업무는 쏟아지고, 나는 빨리 주니어 티를 벗어나 1인분을 해야 했다. 쉽지 않았다.


콘텐츠 회의에서 내공이 상당한 분들이 쏟아내는 기획은 내가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렇다고 마케팅에 무작정 덤벼들자니 그것도 내가 하기엔 역량이 부족했다. 결국 폴인에서의 커뮤니티 매니저가 무엇인지 정의 내리고,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해가면서 일을 해야 했는데... 돌이켜보면 그게 너무 어려웠다. 마치 안갯속에서 희미한 길을 헤매는 느낌? 


그래서 내가 낸 결론은, 내 고객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었다.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나의 고객은, 두 부류가 있었다. 첫 번째는 당연히 스터디나 다른 오프라인 행사에 오시는 고객님들이다. 매니저인 나는 고객님들이 폴인의 서비스를 이용하시는데 불편이 없도록 체크하며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긍정적인 고객 경험을 가져가실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런데 초반에는 나보다는 스터디를 기획한 에디터님들이 더욱 고객 페르소나 파악이 잘 되어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냉정히 따지면 '아르바이트'도 가능한 단순 업무였다. 이렇게 멈춰있어선 안됐다.


그래서 내가 정의한 두 번째 부류의 고객은 바로 폴인 팀, 좁게 보면 스터디를 기획하는 '에디터'였다. 스터디를 진행할 당시 에디터님들은 과중한 업무에 피로감이 컸다. 아무래도 스터디가 현장에서 진행되다 보니, 콘텐츠 기획을 넘어 신경 써야 할 다른 일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고객님들이 드실 다과부터 명찰, 배너, 현장 사진, PPT... 나는 이 모든 일들을 전적으로 내게 맡기고 에디터들은 콘텐츠 기획과 연사 관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초반에는 실수도 많았지만, 엄청난 열의를 보였고 시간이 지나 에디터님들과 호흡이 맞아가며 매니저로서 어느 정도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일에 진심인 동료들에게 신뢰를 얻고, 그들과 주파수가 맞아가는 경험은 꽤나 소중했다. 나도 일에 진심인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들만큼 내가 200%를 쏟았나? 그건 아닌 것 같다. 몰입하지 못하는 태도 때문에 혼난 적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분들과 같이 일하며 압축적으로 성장하는 경험은 앞으로도 내 커리어에 결정적인 순간으로 남을 것 같다. 


자신의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싶다면, 워커홀릭 옆에 최대한 붙어있어 보자. 어느새 나도 같이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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